카카오뱅크, 역대급 성적표 받았지만..갈길 먼 ‘밸류업’

3분기 누적 당기순익 3557억원..역대 최고치 경신
기대 모은 밸류업 계획 공시는 아직..“11월말경 예정”
주주환원 여력 있지만..글로벌 진출 등 우선순위 밀려
“지속 가능한 성장에 초점 맞춰 밸류업 계획 마련할 것”

윤성균 기자 승인 2024.11.07 11:27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카카오뱅크가 올해 3분기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기대를 모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발표는 이달 말로 미뤘는데 향후 성장성 확보와 주주가치 제고 사이에서 저울질 중인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3557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7.3% 증가했고 3개 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순익(3549억원) 규모를 뛰어넘었다.

카카오뱅크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3557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료=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측은 3분기 고객 활동성 강화에 따른 역대 최대 트래픽 달성과 수수료·플랫폼 부문의 성장에 힘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3분기 누적 이자수익은 1조7921억원으로 전년(1조4820억원) 대비 20.9% 증가했다. 3분기 대출성장률이 0.8%에 그치고 순이자마진(NIM)이 2.15%로 2bp 하락했지만 상반기 빠른 대출성장의 영향 덕분이다.

같은 기간 비이자수익은 4062억원으로 전년(3484억원) 대비 16.6% 뛰었다. 체크카드 정산 등으로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고 대출비교 서비스 등 지난해 대비 플랫폼 수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자금운용 부문에서 3885억원의 누적 투자금융자산(채권, 수익증권, 단기자금 등) 손익을 달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당초 3분기 실적과 함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밸류업 계획의 발표 시점은 이달 말로 예정됐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8월 7일 상반기 실적 발표와 함께 4분기 중 밸류업 계획을 내놓겠다고 예고 공시했다. 국내 은행주 가운데선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을 제외하고 카카오뱅크만 아직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밸류업 계획 발표가 늦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올해 다른 은행주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 효과로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카카오뱅크만 제자리걸음 하고 있어서다.

주요 은행주를 포함하는 KRX은행 지수는 전날 기준 914.44로 지난 1년새 40.7% 상승했다. 대장주로 꼽히는 KB금융의 경우 이 기간 주가가 5만5700원에서 9만4000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같은 기간 2만4600원이던 주가가 오히려 2만2550원으로 떨어졌다.

카카오뱅크는 높은 이익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만큼의 성장 모멘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수수료·플랫폼 부문의 성장을 강조했지만 실제 수수료·플랫폼 수익 비중은 전체 수익의 10.6%에 불과하다. 여전히 실적 대부분은 대출을 통한 이자수익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의 밸류업 계획에 공격적인 주주환원책보다는 성장성 제고 전략이 중요하게 담길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는 총자산수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영업이익경비율(CIR) 등 각종 재무적 지표 목표치는 물론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기대하는 주주환원책의 확대 계획도 물론 포함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주당 80원, 150원의 결산 배당을 실시했다. 2022년부터 자사주 매입·소각 방침을 여러 차례 시사한 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13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했지만 아직 소각 소식은 없다.

주주환원을 위한 카카오뱅크의 자본여력은 충분한 상태다. 주주환원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27.68%로 높아서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 기준으로 CET1 13% 이상을 제시했다. 동일한 주주환원책을 적용하면 카카오뱅크도 CET1 13%를 초과하는 잉여 자본을 주주환원에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다만 향후 포트폴리오 확대와 글로벌 진출 등 외형 성장에도 자본 투입이 필요한 만큼 성장성 확보와 주주환원 사이에 저울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 PBR 1.65배에서 멀티플이 의미있게 추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대출규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플랫폼가치가 재조명 내지 재평가되거나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 해소 등 모멘텀이 필요한데 이는 상당기간 시간이 필요한 요소”라면서 “11월 말 경 밸류업 공시 예정인데 자본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는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주주가치 제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담은 내용을 시장에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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