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시대’ 포문 연 신세계, 본업경쟁력 강화 속도..믿을맨 ‘김홍극 매직’ 기대

정유경 회장, 9년만의 승진..삼성가 3세 중 첫 여성 회장
신세계인터내셔날에 김홍극 대표 내정..상품경쟁력 강화
계열분리로 신세계 재무건전성↑..3분기 실적은 기대 이하

서재필 기자 승인 2024.10.31 10:56 | 최종 수정 2024.10.31 12:10 의견 0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한다.(자료=신세계그룹)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정유경 회장이 삼성가 3세 중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을 제치고 첫 여성 회장에 올랐다. 신세계는 정유경 회장 부임으로 본업경쟁력 강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30일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한다는 인사발령을 냈다. 지난 2015년 12월 이후 9년만의 승진으로 백화점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신세계는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와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를 계열분리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본업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 그간 물밑작업을 진행해 온 계열분리를 시작하기 적기라고 판단했다.

정유경 회장 승진은 신세계의 본업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1996년 조선호텔 상무로 입사한 정유경 회장은 정용진 신세계 회장의 동생으로 2009년 신세계 부사장, 2015년 신세계 총괄사장을 거치며 백화점 경쟁력 강화에 힘쓴 인물로 알려졌다.

2015년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정 회장은 “경영 실적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조직의 역량을 집결해야 한다”며 “압도적 지역 1번점, 랜드마크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을 강조했다.

이의 일환으로 신세계 강남점, 센텀시티, 대구, 대전, 광주를 중심으로 해당 상권 대표 백화점을 키우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주요 신사업에 투자해 2016년 대비 백화점부문 전 계열사 매출 규모와 영업이익을 모두 2배 이상 키웠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경 회장은 30년간 신세계를 이끌었던 어머니인 이명희 총괄회장과 비슷한 행보에 '리틀 이명희'로 불릴 정도”라며 “그간 신세계백화점의 카테고리 확장을 주도했던 인물로 평가받는 만큼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는 면세점과 패션 사업부를 손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가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 부문 대표를 겸직한다.(자료=신세계그룹)

■ 디에프·인터내셔날, 정유경 믿을맨 ‘김홍극 매직’ 기대

신세계는 본업인 백화점 사업과 신세계디에프(면세점), 신세계인터내셔날(패션·뷰티), 신세계센트럴시티, 신세계까사, 신세계라이브쇼핑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특히 디자인과 패션을 전공한 만큼 면세점과 패션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조르지오 아르마니, 코치, 돌체앤가바나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수입과 자주 브랜드 기획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현재 실적 부진 늪에 빠진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디에프를 먼저 손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가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 부문 대표를 겸직하게 된 인사가 대표적 예시다. 김홍극 대표는 1996년 신세계에 입사해 전략본부MD전략담당 상무 등을 거친 상품기획 전문가다.

김 대표는 2018년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 선임 이후 첫 흑자 달성을 주도했고 2022년부터 신세계까사 대표 자리에서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이에 정유경 회장의 ‘믿을맨’으로 불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주요 수입브랜드 이탈을 메꾸기 위해 할리데이비슨, 꾸레쥬 등을 새롭게 론칭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뷰티 라인업을 강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스위스퍼펙션, 돌체앤가바나뷰티, 로이비 등에 이어 비디비치 리브랜딩, 어뮤즈 인수 등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신세계디에프는 올해 인천공항 면세점 영업면적 확장으로 인한 임차료 증가로 수익성 회복은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난달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복합패션&뷰티매장 신세계존을 선보이며 수익성 개선에 힘쓰고 있다.

계열분리로 신세계의 재무건전성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자료=연합뉴스)

■ “계열분리, 시간 걸릴 것”..중·장기적 변화 주목

업계는 정용진 체제의 이마트와 정유경 체제의 신세계의 독자경영체제 계열분리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명희 총괄회장이 갖고 있는 양사 지분 10%씩의 지분을 증여해야 하고 SSG닷컴의 상호 보유지분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계열분리로 신세계의 재무건전성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혜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SG닷컴은 신세계(24.4%)와 이마트(45.65%)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로 단기적으로는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신세계는 계열 분리를 통해 이마트 계열사의 재무 건전성 이슈로 발생 가능한 우려에 노출도가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계열 분리 이후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사업 기회와 리스크(위험 요인)가 분리되면서 신규 사업을 비롯한 중장기 사업 방향성에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3분기 신세계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전년동기대비 3.69% 증가한 1조552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0.27% 내려간 1183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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