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영훈 기자] "정말 보잘것없는 음악이라도 전 분명 니즈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아하는 분들은 분명히 있을 거고, 그러니까 그분들을 위해서, 아니면 나를 위해서, 아니면 우리 통영의 멋들어진 음악가들을 위해서, 우리 밴드가 조금 더 힘을 내서, 잘 유지되면 좋겠어요" - 밴드 멤버 박희진.
"음악이 상품화되고, 웬만큼 경쟁력 없으면 입도 떼지 못하는 세상에서 조용히 하는 건 오히려 도리가 아니야…" - 밴드 멤버 홍겸선.
바닷마을 인디밴드가 국제영화제에 진출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메이드 인 통영의 독립영화 '듣는 건 너의 책임'이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 경쟁 장편영화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듣는 건 너의 책임'은 2021년 통영 명정동 골목의 동네 책방에서 시작된 아마추어 인디밴드 ‘듣는 건 너의 책임’이 지난 3년 동안 만든 열두 곡의 자작곡과 밴드 멤버 일곱 명의 다사다난한 귀향, 귀촌 통영 로컬 라이프를 담아낸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제천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일방적 가치와 책임에서 멀어졌을 때 느끼는 행복을 수려한 통영의 풍광에 담아 전하고 있다"고 감상을 전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의 변방, 남쪽 끝 소도시 바닷마을 통영. 섬은 580개나 있지만 언더그라운드 클럽은 한 개도 없는 인디음악의 불모지 통영에서 태어난 밴드의 시작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2021년 3월, 미륵섬 달아마을 '767카페'의 베이커 박희진씨는 명정동 책방 '너의책임' 책방지기 홍겸선씨에게 기타를 배우기로 하고, 1멍 2냥 집사이자 마을활동가인 김지혜씨에게 모임을 제안했다.
골목을 지나다가 책방에 놓인 기타를 발견한 독립영화인 유최늘샘씨가 모임에 결합했고, 기타 모임은 곧 자작곡 밴드가 돼, 욕지면 우도에서 열린 '제1회 섬마을영화제' 개막식의 공연을 맡았다.
이후 무전동 맛집 닭발각 대표 남준호씨(퍼커션/보컬), 안정마을 아로마테라피스트 김신혜씨(베이스), 아내를 따라 통영에 온 서울 사람 허예찬씨(피아노)가 가입해 현재는 일곱 명의 멤버로 통영과 경남 지역에서 주로 활동 중이다.
이 밴드의 특징은 멤버 대부분이 각자의 노래를 작사, 작곡한다는 점이다. 이들 중 누구도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전업으로 하고 있지 않다. 직업도, 출신도, 상황도 모두 다르지만 음악이라는 열정 하나로 모여, 바닷마을 통영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노래로 만든다.
노래 '굴농담'은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40년째 굴을 까서 가족을 부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나의 작은 섬'은 만지도, 매물도, 비진도, 사량도 등 통영의 섬들에 빗대어 사랑의 그리움을, '블랑'은 산양면 출신 강아지와의 교감을 전한다.
"우리 이렇게 못하는데 음악 왜 계속하고 있지? 멤버들이 만들어 오는 음악, 처음에는 너무 괴로웠어요…"
통영에 놀러 왔다가 술자리에서 운명의 연인을 만나 통영에 살게 된 홍겸선씨가 연말 공연에서 밝힌 뼈아픈 고백이다.
몰라도 괜찮고 틀려도 괜찮고, ‘지구에서 하나뿐’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좌충우돌하며 만들어 온 노래들. 아직 정식 발매된 음원 하나 없는 3년차 인디밴드. 음악 실력에 대한 좌절, 창작에 대한 막막함, 멤버들 간의 차이와 다툼에도 불구하고 이 밴드는 계속될 수 있을까?
"우리, 싱어게인 텐 정도에는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텐 가능해? 투엔티 아니야? 투엔티?"
이 밴드는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고, 올해에는 음원 발매에 도전할 예정이다. 생애 첫 자작곡을 만들었던 순간의 기쁨을 잊지 않고, 밴드를 함께할 때의 즐거움을 갱신하며, 바닷마을 통영의 인디밴드, '듣는 건 너의 책임'의 노래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영화 '듣는 건 너의 책임'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올해 20회를 맞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9월5일부터 10일까지 제천예술의전당, 제천문화회관, 세명대 태양아트홀 등 7개의 상영관에서 열린다. 총 16개국 96편의 음악영화가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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