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핵심 수출산업인 철강업이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악화 국면에 빠졌다. 이 중 포스코는 K-철강 대표 기업으로서 위기 속에도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1위 철강사의 강자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대표 미래 먹거리인 이차전지 소재도 글로벌 톱티어 수준으로 끌어올려 전통적 철강사에서 미래 소재 기업으로 나아간다는 목표다. 포스코의 두 핵심 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장인화 회장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취임 100일차를 맞은 그의 역할과 기대 요인, 풀어야 할 과제를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최근 포항제철소 4고로 풍구에 화입을 하고 있다. (자료=포스코)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불변의 국내 톱 철강사 포스코가 국내 판매부진과 중국산 저가 공세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30년 넘게 포스코에 몸담은 ‘정통 철강 전문가’ 장인화 회장의 지휘가 빛을 발할 때다.

이차전지 소재를 철강과 함께 그룹의 쌍두마차로 여기고 비중 확대에 나섰지만 포스코의 정체성이자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철강 본원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의 이런 철강맨 면모는 취임 당시부터 돋보였다.

장 회장은 올해 3월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철강 사업은 포스코의 기본이고 이차전지 소재 사업과 함께 초일류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혁신 과제로는 철강경쟁력 재건을 지목했다.

새 수장이 되고 가장 먼저 찾은 현장도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이다. 같은 시기 광양제철소를 찾아 현장 직원의 요청도 수용했다. 당시 한 직원은 자율 복장으로 출퇴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장 회장에 요청했다. 그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후 그룹 차원에서 반바지나 후드티 등을 출근복으로 인정하는 복작 자율화를 시행했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전경. (자료=포스코홀딩스)

■ 2분기 영업익 반토막 날 듯..불황 장기화 속 원가절감 주문

국내 철강업을 에워싼 위기를 타개하는 일도 장 회장이 마주한 핵심 현안이다. 실적에서도 불황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올 1분기 영업익은 58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3% 급감했다. 2분기도 암울하다. 현대차증권은 이 기간 포스코홀딩스가 영업익 6718억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49%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하반기 반등도 어렵단 시각이 많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저가 철강재 유입으로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 2분기 기준 국내 열연 유통 평균가격도 전분기보다 5%, 철근은 8.5% 하락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내수 부진에 우리나라 등으로 수출량을 늘리면서 저가 철강재가 제품 가격을 끌어내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당초 올해 2분기부터 업이 개선될 것으로 봤지만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회장도 이런 마이너스 터널을 의식해 다각도로 대응책을 펼치고 있다.

우선 임원 대상의 격주 주 4일제 제도를 폐지했다. 또 모든 임원이 기본 연봉의 10∼20%를 반납하도록 했다.

이달 중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모든 그룹사 임직원 대상의 조직개편도 단행할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철강 원가 연 1조원 절감을 주문했다.

그는 “철강의 경우 (위기의 골이) 그렇게 깊거나 길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초격자 경쟁우위를 회복할 것”이라며 “위기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위기의 순간에 원가를 낮추는 등 경쟁력을 키워놓으면 경기가 되살아났을 때 훨씬 보상이 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오른쪽)이 지난 3월 26일 포항제철소를 찾아 현장 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자료=포스코)

■ 저탄소 체제로 위기 극복 나서..온실가스배출 1위 오명 벗을까

철강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 전략은 수소환원제철이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기업의 오명을 씻어내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HyREX(하이렉스)는 4개의 유동환원로에서 철광석을 수소와 반응시켜 직접환원철(DRI)로 생산한 후 이를 ESF(전기용융로)에서 용융해 용선을 출선한다.

기존 제철공정 대비 탄소 발생을 90% 이상을 저감할 수 있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핵심 전기로 기술 개발을 가속화해 30만톤 규모의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도입할 방침이다. 오는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 완성이 목표다.

이밖에 제조공정에서 디지털 트윈을 토대로 원가 경쟁력을 가진 스마트 제철소를 구현하기로 했다. 고부가가치 중심의 프리미엄 플러스 제품 판매 확대로 견고한 수익구조 구축에도 나선다.

또 인도와 미국지역에 상공정 투자를 추진하는 등 해외 철강사업의 양적 성장을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장 회장의 생산성 혁신과 원가 절감 전략이 철강 사업 부활과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낼 지 주목된다.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포스코의 본질은 철강”이라며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본업 경쟁력 제고가 더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세계 철강시황은 업다운이 있고 미리 내다보기가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고급강 판매량을 늘리고 탄소중립 체제로 전환을 철저히 준비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