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자존심, 대한전선이 훔쳤나..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둘러싼 공방 가열

LS전선 "막대한 피해..법적 조치할 것"
대한전선 "사실무근..이미 기술 보유"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6.17 12:05 의견 0
LS전선 직원들이 해외 고객에게 납품할 해저케이블을 수송선에 선적하고 있다. (자료=LS전선)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LS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 LS전선이 실적 호황 속 때아닌 '기술유출'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전선업계 1위로서 회사의 자존심인 해저케이블 기술이 경쟁사 대한전선에 흘러갔단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법적 대응 예고와 사실무근 입장이 뒤엉키면서 신경전이 치열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최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대한전선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공장과 건축 설계업체인 K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K사는 지난 2008~2023년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1~4동의 건축 설계를 전담한 업체다. 또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이 어떤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등에 대한 모든 역사와 노하우를 알고 있다.

더욱이 해저 케이블 공장 설계에는 특수 설비의 하중·배치·수량과 설비 특징 및 설계 콘셉트, 케이블 이송 경로 등이 담겨 있다. 일반적인 생산 공장과 달리 자사 공장 설계를 핵심 기술로 관리하는 이유다.

경찰은 K사가 당시 얻은 기술 정보를 대한전선 측에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K사는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1공장을 수주해 2022년 착공에 돌입했다. 충남 당진에 위치한 대한전선 해저케이블 공장은 1단계 건설을 마치고 지난 3일 가동식을 열었다.

이에 경찰은 대한전선이 해저 케이블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유출된 기술을 활용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LS전선이 미국 해상풍력단지에서 해저케이블을 시공하고 있다. (자료=LS전선)

■ LS전선 "위법 확인시 법적대응" VS 대한전선 "사실 무근"

해상풍력 발전의 고부가가치 기술을 둘러싼 유출 의혹으로 두 회사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한다.

LS전선은 위법 확인시 엄중한 법적 대응에 나선단 입장이다.

지난 14일에는 설명자료를 내고 "LS전선은 약 20년간 해저케이블 공장과 연구개발(R&D) 등에 약 1조원을 투자해 오고 있다"며 "기술 유출이 사실일 경우 회복이 어려운 손해를 입어 피해가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500kV(킬로볼트)급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은 국가핵심기술로 제조 기술과 설비 관련 사항이 다른 국가로 유출되면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단 설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세계적으로 초고압 지중케이블 업체는 수십개지만 초고압 해저케이블 생산 업체는 LS전선을 포함해 유럽과 일본의 6개사에 불과하다.

LS전선은 "LS전선도 처음부터 완전한 설비를 갖춘 것이 아니라 공장 준공 후에도 수십년간 수많은 시행착오와 수천억 원의 실패 비용을 치르며 자체적으로 기술을 정립하고 설비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면서도 "공장 건축 설계를 전담한 업체가 경쟁사와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한전선은 '사실무근'을 주장하고 있다.

같은 날 설명자료를 내고 "경찰이 지난 11일 진행한 압수수색은 피의자인 건축 설계업체 관계자의 혐의 입증을 위한 것"이라며 "대한전선과 대한전선 관계자는 현재 LS전선의 기출 유출 혐의에 대해 피의자로 특정되거나 관련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언급했다.

또 "대한전선은 지난 2009년부터 해저케이블 공장 및 생산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2016년 이후 당진 소재 기존 케이블 공장에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를 설치했다"며 "이 설비에서 성공적으로 납품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자력으로 해저케이블 설비를 설치·건설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단 뜻이다.

LS전선 측은 대한전선의 반박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LS 관계자는 "수사상황을 계속해서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LS전선 동해사업장 해저4동 및 VCV타워. (자료=LS전선)

■ 2분기도 LS그룹 호실적 지탱..역대 최대 수준 영업이익률 관측

떄아닌 기술유출 논란에도 LS전선은 독보적 케이블 기술력을 앞세워 상반기 실적 질주를 이어갈 전망이다.

앞서 올 1분기에는 7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21.4% 뛰었다. 해저케이블 등 업황 개선과 구리 가격 강세 영향이다. 이런 이유로 2분기도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이 예상된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은 “올해 2분기 LS전선은 영업이익 950억원을 올려 1년 전보다 154% 증가할 것"이라며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률인 5.7%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LS전선을 포함해 MnM 부문의 호실적으로 LS의 연결기준 2분기 영업이익은 3155억원으로 젼넌 동기보다 12.1%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S전선은 지난 2009년 동해에 국내 최초로 해저케이블 생산공장을 지었다. 이어 2013년 해저 2동, 2020년 해저 3동, 작년 5월에는 국내 유일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HVDC(초고압직류송전) 케이블 전용 공장인 해저케이블 4동을 준공했다.

최근에는 미국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확정했다. 또 자회사 LS에코에너지를 통해 유럽과 베트남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LS전선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지난 15년간 글로벌 해상풍력 사업자들과 협력 관계를 쌓는 등 초격차 우위를 확보했다"며 "유럽과 베트남 해저케이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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