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시도 때도 없는' 파격인사..해외법인도 '단기 성과 지상주의' 우려

차상엽 기자 승인 2019.11.18 15:51 의견 0
지난 10월 22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직원들과의 대화에 나서고 있다. (자료=현대차그룹) 

[한국정경신문=차상엽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파격적인 수시인사가 해외 현지법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다만 지나치게 '성과 지상주의'를 지향하는 단기·단일 기준의 인사 평가라는 점에서 조직의 화합과 안정적인 사업 계획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출범 이후 관행적으로 연말에 실시하던 정기인사 대신 연중 수시인사로 대거 전환하고 있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약 7개월간 약 30명의 임원급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31일에는 현대·기아자동차 중국사업총괄에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인 이광국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발령했다. 소규모 인사였지만 현대차그룹이 이를 통해 해외법인에 대한 수시인사에도 착수한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호주와 멕시코 법인장도 교체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호주법인은 허준 법인장이 맡았고 멕시코 법인은 최근 닛산에서 영입한 클라우디아 마르케스 법인장이 차지하게 됐다. 여성 법인장인 마르케스는 멕시코를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와 카르브해 권역 마케팅 이사를 닛산에서 지냈고 BMW에서는 멕시코 영업과 마케팅 이사, 북미 법인 자동차 판매 및 운영 부사장 등의 주요 보직도 지냈다.

해외 법인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판매량 부진이 직접적인 이유다. 현대차는 지난 2016년 호주에서 10만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지난 2018년에는 9만4187대로 감소세를 보였다. 멕시코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10월까지 현대차의 멕시코 내 판매량은 3만6494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5%가 감소했다. '성과 지상주의' 기준의 인사가 수시로 단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수시인사는 이른바 '정의선 체제'의 핵심이다. 지난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직에 오른 정 수석부회장은 이전 정몽구 회장 체제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정 전 회장은 이른바 '회장님만 아는 인사' 혹은 '럭비공 인사'로 통할 정도로 예상치 못한 '깜깜이 인사'로 유명했다. 발표 이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한다고 혀를 내두르던 시절이었다.    

이에 비해 정 수석부회장은 철저한 신상필벌식 수시인사를 통해 조직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국내 임원급 인사를 진행중인 상황에서 해외법인에도 수시인사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 호주, 멕시코 등에 이어 대표적인 신흥 시장인 인도와 메이저급 업체들의 각축장인 유럽 권역 본부의 생산과 판매법인장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연중정기 인사 대신 필요한 시기에 적임자를 내정하는 것"이며 수시인사의 장점을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기업 내부적으로 실적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는 경영진의 평가를 피할 수는 없다"면서도 "해외법인의 특수성보다 단기간의 성과만을 '제1의 가치'로 삼는 인사라는 점에서 내부의 불만도 불거져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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