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롯데가 그룹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배터리 소재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는 주력 사업인 유통과 화학 부문에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4대 신성장 동력(바이오·지속가능성·모빌리티·뉴라이프플랫폼)을 내걸고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음극재 소재 동박 생산업체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는 올해 하반기 말레이시아 5·6공장을 증설을 마무리하고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동박은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를 씌우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말 준공한 5·6공장 동박 생산량이 2만톤 추가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말레이시아 스마트팩토리 생산규모는 6만톤이다. 연내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생산 목표는 8만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전체 동박 생산량 중 75%에 달하는 규모다. 롯데는 말레이시아를 해외 진출의 전략적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그룹의 미래 사활이 걸린 만큼 신동빈 롯데 회장은 모빌리티 사업 현장을 점검하는 등 신사업 현장을 직접 챙기는 모습이다.
신 회장은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 위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스마트팩토리를 찾아 배터리 소재 사업을 점검하고 현지 임직원을 격려했다.
지난달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이브이시스(EVSIS)의 청주 신공장을 방문해 전기차 충전기 사업 현안을 직접 챙긴 이후 연이은 신사업 경영 행보다.
이번 방문에는 이훈기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와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함께했다.
이날 신 회장은 “말레이시아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세계 최고 품질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장을 선도해줄 것”을 당부했다.
■ 올해 1조 클럽 가입..재무구조도 탄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올해 매출은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가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이뤄진 성과라 더욱 주목된다.
롯데는 지난해 3월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고 사명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바꾸고 배터리 소재 사업을 본격화했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올 매출을 각각 1조520억원, 1조710억원으로 전망했다.
특히 하반기 말레이시아 신규 공장 가동과 고객사와의 배터리 합작 공장 조기 가동 가능성이 있어 판매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원가 경쟁력이 있는 연산 2만톤 규모 말레이시아 5·6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서 수익성 회복이 기대된다”며 “핵심 고객사(삼성SDI)의 배터리 합작 공장 SOP(양산)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어 하반기 판매 증가는 더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황이 부진했던 지난해에도 롯데머티리얼즈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역대 최대 매출 809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동박 3사(SK넥실리스·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솔루스첨단소재) 가운데선 유일하게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다만 영업이익은 118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줄었다. 중국산 저가 동박이 시장에 다수 풀리면서 수익성은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매출 중 LG에너지솔루션 비중을 20%로 추정하고 올해는 10%포인트(P) 늘어난 30%로 예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넥실리스로부터 동박 70%가량을 공급받았으나 수급처 다변화 차원에서 작년부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과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삼성SDI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고객사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1공장을 올해 조기 가동할 예정으로 대부분의 동박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부터 공급받을 계획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재무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작년 말 부채비율 21.7%, 차입금의존도 9.5%로 양호한 수준이다. 작년 말 기준 연결 총차입금은 2278억원, 순현금 규모는 4488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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