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애경그룹의 화학사업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 애경케미칼이 친환경과 바이오 등 고부가사업 중심으로 실적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석유화학 침체가 길어질수록 본업을 넘어 신성장동력 발굴에 속도가 붙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경케미칼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450억원을 기록해 전년(501억원)보다 52.6% 줄었다. 매출은 1조7937억원으로 17.6% 급감했다.
실적 추락을 부추긴 건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다. 문제는 올해도 경기침체와 중국 업체 증설에 따른 불안정한 수요와 치솟는 원가 부담으로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단 점이다.
■ 석화 업황이 실적 좌우..아라미드·폐페트 등 미래시장 고삐
애경케미칼도 업황에 좌지우지되는 실적을 의식한 듯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에 팔을 걷었다. 친환경 소재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사업이 대표적이다.
애경케미칼은 오는 2025년까지 슈퍼섬유 아라미드의 핵심 원료인 테레프탈로일 클로아이드(TPC) 양산 체계를 구축해 생산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1000억원 수준의 투자를 단행한다.
장현구 흥국증권 연구원은 “아라미드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8.5%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드카본 음극소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성능향상 연구개발에도 착수했다. 이 소재는 나트륨 배터리의 핵심 축으로 각광받고 있다. 나아가 화재 안전성을 높인 건축 소재를 만들어 국제인증을 따내는 등 고부가 사업 비중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폐페트(PET)를 재활용한 친환경 가소제 등 그린 소재 개발을 위한 투자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폐PET를 재활용해 만든 가소제를 바닥재 전문기업에 공급했다.
최근에는 재생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 기반의 코팅수지를 개발해 생산하기 시작했다. MMA는 무색 투명한 액상 화합물로 자동차와 가전, 정보기술(IT) 기기, 인조대리석 같은 건축자재 원료 등 산업전반에 걸쳐 쓰인다.
애경케미칼은 화학적으로 재활용된 MMA 기반 코팅수지 생산과 공급을 통해 지속가능한 저탄소 소재 포트폴리오를 넓혀나가기로 했다.
바이오 소재 역시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식물유 유래 바이오 소재 개발 및 산업화 연구를 위한 공동연구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바이오 나일론과 바이오 가소제 등의 원료가 되는 식물유 기반의 바이오 소재(C12 Di-acid)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3년내 개발이 목표다.
■ 3년간 R&D 비용 3배↑..“단기간에 투자 성과 기대는 무리”
불황에도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행보는 R&D(연구개발) 규모에서도 나타난다. 애경케미칼은 최근 3년간 연구개발비를 3배가량 늘렸다.
구체적으로 ▲2021년 78억6500만원 ▲2022년 193억2300만원 ▲2023년 210억7400만원 규모다. 매출 대비 비중도 이 기간 각각 0.5%, 0.89%, 1.2%를 기록했다.
애경케미칼은 미래 먹거리를 향한 투자 성과를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본업인 화학 업황 부진으로 당장은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수익성 안정화에 초점을 맞춰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룬다는 목표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석화 업종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신사업 투자와 R&D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사업 자체가 멀리 보고 하는 투자인 만큼 단기간에 실적으로 반영되긴 어렵다”면서도 “앞서 글로벌 투자를 꾸준히 해온 점을 토대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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