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공급 파편화 심화..더현대·다이소·GS25 팝업으로 집객

빅 브랜드 탄생 어려워..한국 소매판매액 매년 한자릿수 성장
“더 빠르게·더 재밌게·더 새롭게”..파편화 소비 조각 끌어모아
더현대서울, 2년간 팝업 321회, 2030 고객수 65%, 매출 절반이상
다이소, 중소업체 팝업 역할..매월 600개 신상품 출시
편의점, 식료품 팝업 공간..주당 신상품 수 100여종
이커머스, 종합몰→전문몰로 소비 파편화..양강구도 변화
“숏폼처럼 짧고 굵게 변화..더 큰 비용 절감 준비해야”

최정화 기자 승인 2023.12.08 06:42 | 최종 수정 2023.12.08 10:14 의견 0
더현대 서울, ‘BT21 X 프라그먼트(FRAGMENT)’ 팝업스토어 (자료=현대백화점)

[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세계경제는 지금 인터넷 파편화(스플린터넷) 소용돌이 한복판에 놓여있다. 콘텐츠 채널과 쇼핑 플랫폼 등이 점차 세분화·개인화됨에 따라 개인의 소비(취향)도 파편화되고 있다.

소비 분산은 유행 주기 단축을 불러왔고, 이는 곧바로 공급의 파편화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유통업체는 "더 빠르게, 더 재밌게, 더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 또 모래알처럼 잘게 부서진 파편화된 소비 조각들을 끌어모아 실적으로 쌓아야 한다.

8일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대중적인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최대한 많은 채널에 유통시켜 히트시키는 전략은 어려워졌다"며 "빅 브랜드 탄생 자체가 어려워진 소비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소매판매액이 매년 낮은 한자릿수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경쟁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 소비 파편화 돌파구..더현대 ‘MZ 팝업’·다이소 ‘중소 팝업’·편의점 ‘식음료 팝업’

전문가들은 소비 파편화에 대응하기 위한 돌파구로 팝업스토어를 꼽는다.

백화점은 팝업스토어에 집중해 집객을 유도해,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패션 및 F&B 브랜드를 입점시켜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다이소는 매월 600개 이상 신상품을 출시하며 중소업체 팝업스토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편의점도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상품 교체 시기를 짧게 하며 다양한 상품을 내놓는다.

더현대서울은 2021년 2월 오픈 이후 2년간 팝업스토어를 321회 진행했다. 1주일에 2~3번 매장을 바꾼 셈이다.

더현대서울 점포의 20~30대 고객은 전체 고객 중 65% 이상을 차지하고, 매출 비중도 55%다. 현대백화점 전체 점포 MZ세대 비중이 약 25%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더현대서울 점포에서는 수익성 높은 영패션 부문 성장이 타사 점포 대비 높다. 엔데믹 이후 관광 재개가 본격화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도 늘었는데 20~30대 비중이 71%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더현대서울 객단가는 2만1590원으로 낮은 축에 속해 이 점은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백화점 월별 평균 객단가는 12만6261원이다.

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2조945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3.1% 성장했다. 초저가 상품 판매율이 지속 상승해 경기침체 시기에도 매출을 키울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이소는 트렌드를 꾸준히 추적해 매달 600여개 이상 신상품을 출시한다. 최근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관광 및 쇼핑 명소로 부상하면서 화장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수익 개선에 힘쓰고 있다.

편의점도 급변하는 파편화 소비 트렌드에 맞춰 발빠르게 상품을 교체하고 있다.

통상 1주일에 출시되는 평균 신상품 수는 50~100여개며 연간 평균은 2000여개에 달한다. 이 중 1년 이상 판매가 지속되는 상품은 5~10% 수준에 불과하다.

편의점업계는 GS리테일과 BGF리테일 톱2 경쟁 체제가 굳혀지면서 두 업체 모두 올해 3분기 실적 이후 순증 목표를 900개점으로 늘렸다.

■ 국내 이커머스 지형 변화..쿠팡·네이버 양강서 4강 가능성

고금리 및 고물가 여파로 내수 소비 회복이 더딘 가운데 이커머스 업계 경쟁구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내년 한국 이커머스 매출은 전년 대비 6.8% 증가한 240조원으로 성장한다.

오 연구원은 “기존 종합몰 위주의 성장에서 전문몰로 소비 분산 및 파편화가 나타남에 따라 개별 기업들의 성장률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진단했다.

또 롱테일(틈새시장) 이커머스에서는 네이버와 쿠팡이 시장 양분을 완료해 해외 사업과 과금화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최근 11번가 등 매각을 추진하는 업체가 등장하고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어 국내 이커머스 경쟁 구도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내년도 고금리에 따라 불리한 소비 환경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소비 행태 변화도 유통업체에 큰 부담이다.

이베스트증권은 향후 10여년은 파편화 소비에 대응해야 하는 시기로 봤다.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와 제품이 과거와 달리 셀 수 없이 많아졌고, 이를 구매할 수 있는 채널 또한 과거와 달리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통업체들은 팝업스토어처럼, 숏폼처럼 계속해서 짧고 굵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파편화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더 큰 비용 절감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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