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서서히 매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상황이다. 그간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이에서 애매한 포지셔닝으로 저성장에 머물렀던 SSM은 경기 둔화를 틈타 출폐점과 리뉴얼 등 매장 효율화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총 매출은 85조4000억원이다.
올 상반기 업태별 매출 구성비는 ▲온라인(49.8%) ▲백화점(17.6%) ▲편의점(16.6%) ▲대형마트(13.3%) ▲SSM(2.8%) 등 순이다.
최근 SSM 성장세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SSM은 주요 5대 플랫폼 가운데 유일하게 한 자릿 수 구성비를 기록하며 가장 낮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김종근 마켓링크 전무는 지난 29일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이 진행한 ‘2024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슈퍼마켓업계 결산 및 2024년 전망 발표’를 통해 “SSM은 실적이 부진한 점포는 솎아내고 잘 나가는 점포만 살아남은 상황이라 사실상 아름다운 성장은 아니다”라며 “내년엔 커스터마이징을 통한 리뉴얼을 진행하며 플랫하게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제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슈퍼마켓 시장은 전년 수준 규모 유지에 그칠 것으로 본다"며 "온라인과는 가격경쟁, 오프라인 업태 간 객수경쟁이 이어져 업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외형 확장하는 GS더프레시..내실 챙기는 롯데슈퍼
올해 3분기 SSM 주요업체별 실적을 살펴보면 향후 이들 업체의 전략을 톺아볼 수 있다.
3분기 매출 1위는 GS더프레시(3903억원)가 차지했다. 이어 이마트에브리데이(3745억원)와 롯데슈퍼(3470억원)가 뒤를 이었다. 이를 통해 GS더프레시는 외형 확장을 목표로 가맹 점포 출점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기준 가맹점 수는 430개로 올해 6월(403개) 대비 27개 증가했다. 신도시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슈퍼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반면 롯데슈퍼는 외형을 축소하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에서는 가장 낮은 매출을 기록한 롯데슈퍼(140억원)가 1위에 올랐다. 이어 GS더프레시(132억원)와 이마트에브리데이(76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롯데슈퍼가 호실적을 달성한 데에는 롯데마트와 상품을 공동 소싱하고 수익성 낮은 점포를 과감히 정리해 효율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 통합·점포 개편·퀵커머스 전략..‘절약형 근거리 식품 전문 매장’으로 체질 개선
SSM은 소싱통합과 점포 재편, 퀵커머스 서비스 등을 통해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먼저 조직구성 통폐합을 기반으로 운영효율을 강화한다. 소싱통합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롯데그룹은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통합 소싱체계를 구축해 사업효율을 개선한다. 조직, 물류 구매 기능을 통합해 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신세계 그룹은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3개사 대표이사 일원화로 소싱체계를 통합해 운영 및 관리강화형으로 개편한다. 또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양사 시너지 효과를 위해 내년 이마트와 상품코드도 공유할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지난 10월 신세계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3개사 대표를 겸직하고 있고, 황운기 상품본부장도 이들 3사를 동시에 맡고 있다”면서 “유통3사 업태간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마인스톤 서비스와 같은 퀵커머스 기능도 활성화한다.
GS더프레시는 요기요와 연계해 반경 4km 이내 거주 고객에게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도 230여개 매장이 점포 반경 2km 이내 주문 상품을 1시간 이내 배송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역시 주문상품을 1시간 이내 배송하고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배송하는 ‘마트직송’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반면 물류기능을 롯데마트에 통폐합한 롯데슈퍼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 근거리 배송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SSM업계는 점포의 구조조정을 통해 편의점과 대형마트 사이에서 애매한 포지션으로 인식된 슈퍼채널 컨셉도 재정립한다. 소량 포장과 다양한 식품 구색을 내세워 절약형 근거리 식품 전문 매장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분위기다.
상권 유향 재정의를 통해 출폐점과 리뉴얼점을 구분한다. 수산, 정육 등 대면 코너 등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코너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대면을 위해 직원을 상시 운영해야 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고기, 생선 등 소포장 제품과 반조리 식품 등 비중을 늘려 1~2인 가구용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가성비 높은 PB상품도 강화한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지난 6월 일반브랜드 가격 대비 최대 30% 저렴한 ‘생활의 딜’을 출시했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가맹점 위주 출점과 식품 소비 확대로 수혜가 나타나고 있다"며 "필수소비 성격이 강해 경기 둔화 시기에 강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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