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불황의 늪' 허덕..돈 안되는 일 접고 '친환경 승부'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전망 불안정'
수익성 지표 '에틸렌 마진' 손익분기점 하회
사업 개편·수소·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박차

이정화 기자 승인 2023.10.03 06:00 의견 0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이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사업과 포트폴리오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이 석유화학 불황 장기화로 올 하반기 불안정한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사업 개편과 친환경 중심 신성장동력 마련 등 해결책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은 올 3분기 영업이익 794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1.8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석유화학부문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낼 것으로 봤다. LG화학의 석유화학부문은 작년 4분기 1660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둔 이후 올해 1분기(-510억원)와 2분기(-127억원) 모두 적자를 이어왔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동안 쌓인 적자만 9485억원에 달한다. 3분기에는 저가 원료 투입 효과에 힘입어 580억원의 영업익을 내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간의 손실을 회복하기엔 충분치 않아 보인다.

한화솔루션은 이 기간 영업이익이 1047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46%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NH투자증권은 한화솔루션의 올해 영업이익을 1년 전보다 22% 감소한 7530억원으로 예상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케미칼과 태양광 모듈 수익성을 고려해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대비 17% 낮췄다"고 설명했다.

석화업계가 가시밭길을 걷는 이유로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대표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마진)가 손익분기점(300달러)을 밑도는 점이 거론된다.

일명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마진은 지난 2분기 톤(t)당 평균 242달러를 기록했다가 7월 175달러, 8월 163달러로 떨어졌다. 9월 들어서는 평균 137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9월 평균(276달러)보다 50.3% 내려간 수치로 공장을 돌려봐야 손해를 안는 구조다.

에틸렌 마진의 약세는 수요 위축과 국제 유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고조됐다. 3분기 들어 국제유가 오름세가 이어지자 에틸렌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가격은 올해 7월 톤당 585달러에서 9월 중순까지 694달러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로 원재료 가격이 올라도 제품 가격에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평가다.

살아날 기미 없는 업황에 석화업계도 저마다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7월 사업 개편 의지를 드러냈다.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당시 사업부 임직원에게 메일을 통해 "범용 사업 중 경쟁력 없는 한계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 가동 중지와 사업 철수, 지분매각, 합작법인(JV) 설립 등을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이에 따른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업 매각으로 마련한 재원을▲친환경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2025년까지 배터리와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에 10조원를 투입한다.

롯데케미칼도 고부가 시장인 전지소재 분야와 수소 사업에 힘쓴다. 총 6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120만톤 규모의 청정수소를 생산·판매하고 해외 청정 암모니아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신재생에너지와 태양광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미국에 3조2000억원을 들여 북미 최대 규모 태양광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품 마진 약세가 장기화하고 있다"며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요 화학제품 가격이 연초 대비 반등하기도 했지만, 실제 수요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재차 조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불황 요인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이고 유가까지 불안정하면서 매출 회복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배터리나 친환경 등 신사업을 다각도로 추진하면서 석화부문의 타격을 상쇄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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