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소비자들의 고금리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가 도입됐지만 1금융권을 이용하는 고신용자들에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 2금융권 차주와 저신용자들은 문턱이 높은 은행으로 대출을 옮기기 쉽지 않을 뿐더러 같은 2금융권 대출로 갈아탈 만한 선택지도 많지 않다.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환대출 인프라 개시 후 3일간 총 5679건, 1541억원의 대출자산이 이동했다. 하루 평균 500억원 이상의 대환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상황이다.
대환대출 인프라는 스마트폰앱으로 기존에 받은 신용대출 정보를 쉽게 조회하고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한 번에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다. 19개 시중은행과 18개 저축은행, 7개 카드사, 9개 캐피털사 등 총 53개 금융사와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토스 등 대출비교 플랫폼 기업이 참여한다.
금융당국은 고금리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이자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을 추진했다. 스마트폰으로 금리를 비교하며 쉽게 대출 이동이 가능하게 되면 금융사간 금리 경쟁과 편의성 제고로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대환대출 인프라 초기 금리 인하 등 대부분의 혜택은 은행 대출을 이용 중인 고신용 차주에 집중됐다.
금융위는 대환대출 인프라 통해 카드론에서 은행 신용대출로 갈아타면서 금리를 10%포인트 가까이 인하한 사례 등을 소개하고 있지만 이러한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환대출 인프라 개시 첫날 이동된 대출자산 중 건수 기준 95.7%가 은행간 대출이동이었다. 2금융권에서 은행으로 이동하거나 2금융권내에서 대출 갈아타기가 이뤄진 건수는 4.3%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대환대출이 은행간 이동에 집중된 것은 2금융권 차주에게 은행 대출 문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대환대출 인프라는 대출 갈아타기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비대면 인프라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정부 보증이나 2차 보전 같은 지원책은 전혀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대출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고 하지만 2금융권 대출을 1금융 신용대출로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비슷한 금리 수준에서 조금이라도 낮은 곳을 찾아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2금융권 차주와 저신용자들은 문턱이 높은 은행 대출을 제외하고 나면 갈아탈 선택지가 별도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대환대출 플랫폼에 입점한 2금융권 금융사가 많지 않다. 가장 많은 제휴사를 보유한 토스의 경우 은행 7곳을 제외하면 2금융권은 저축은행 8곳과 캐피털 3곳, 카드사 1곳에 불과하다.
카카오페이도 은행 7곳을 빼면 저축은행 4곳, 캐피털 1곳, 카드사 1곳과 제휴를 맺는데 그쳤다.
당초 대환대출 인프라에 참여하기로 한 2금융권이 저축은행 18곳, 카드사 7곳, 캐피털사 9곳 등 총 34곳임을 감안하면 절반이 넘는 금융사가 아직 입점을 미루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2금융권의 중개수수료를 낮추는 방식으로 입점을 유도할 방침이다. 토스는 연말까지 캐피털사 등 일부 2금융권 상품의 중개 수수료를 최대 40% 인하하기로 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저축은행중앙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중개 수수료 인하분을 금리 인하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저축은행의 입점을 유도하고 있다.
한 플랫폼사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제휴 의지도 문제지만 플랫폼에 참여하려면 기술적인 인프라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면서 “2금융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프라 환경 구축이 더딘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