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성전환 선수 공식대회 출전..기준 명확치 않아 논란 될 수도

김준혁 기자 승인 2023.06.02 16:14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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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성전환 사이클 선수 나화린씨. 나씨는 이달 3일부터 양양에서 열리는 제58회 강원도민체전 사이클 경기 3종목 여성 부문에 출전한다. 그는 지난해 성전환(성확정) 수술을 받고 공식적으로 여성이 됐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준혁 기자] 국내 스포츠 공식 대회에서 성전환 선수가 공식 출전한다. 성전환 선수와 관련해 아직 국내 체육계에는 규정이 없어 향후 논란도 예상된다.

2일 체육계에 따르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나화린(37)씨가 이번 주말 양양에서 열리는 58회 강원도민체전 사이클 경기 3종목 여성 부문에 출전한다.

성전환 수술을 한 지 1년도 채 안 돼 나화린 씨는 국내 최초로 트랜스젠더로서 공식대회 출전이라는 이정표 수립을 앞뒀다.

나 씨의 대회 출전을 불허할 방법은 없다. 대한체육회 선수 출전 규정에 성전환 선수와 관련한 내용이 없어서다.

체육회 경기인 등록 규정을 살펴도 나 씨의 사례는 등록 결격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등록 결격 사유는 주로 폭력과 성폭력, 승부조작, 편파 판정, 횡령 배임 등 4대 악에 연루됐거나 이 탓에 제명당한 선수, 지도자들의 등록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성전환 관련 내용은 없다.

사실 세계적으로 성전환 선수 규정 정립은 걸음마 단계다. 종목별 국제연맹(IF), 대회 주관 단체가 이제 막 관련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거나 강구 중이다.

스포츠에서 최근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성전환 사례는 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수술한 경우다. 성적 정체성을 뒤늦게 깨달아 자연이 준 남성을 버리고 여성으로 새롭게 태어난 선수들이 점차 늘고 있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바꾼 이도 적지 않지만, 스포츠 대회 출전에서는 크게 주목을 못 받는다. 힘으로 맞붙는 승패의 세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한 선수들에게는 '포용성'과 '공정성'이라는 단어가 쌍둥이처럼 붙어 다닌다.

먼저 다양성과 성 소수자 인권 배려 목적에서 이들을 여성으로 적극 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맞서 성전환 수술로 호르몬이 바뀌었다지만, 기본적으로 남성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대회 출전을 금지하거나 호르몬 검사 등을 강력하게 진행해 경쟁의 공정성을 수호해야 한다는 반론도 거세다.

세계육상연맹(WA)은 올해 3월 성전환 선수의 여자부 경기 출전을 금지했다.

7·10·15인제 럭비 대표기구인 월드 럭비(WR)는 2020년 세계 최초로 여자부 국제 대회에 성전환 선수 출전을 전면 금지했고, 국제수영연맹(WA)도 지난해 성전환자 중 12세 이전에 수술받은 선수만 여자부 경기에 출전하도록 제한하는 기준을 새로 발표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1년 성전환 선수의 자격 초점을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수치에서 경기력 우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바꾸라는 새 권고안을 제시했다.

성전환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경기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과 이는 무리한 견해라는 주장은 지금도 팽팽히 맞서 있다.

IOC는 성전환 선수들을 포용하면서도 성전환 선수의 출전 자격 기준을 정하는 건 종목별 세계연맹(IF)의 자율이라고 밝혀 IF가 공정성에 방점을 찍을 길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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