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명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뉴 삼성’을 향한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내걸었던 첨단 산업의 사업 기회를 타진하기 위한 잇단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의 회동에 직접 진두지휘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의 침체 등으로 인한 삼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이 회장의 승부수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미래 LG’를 향한 중장기 미래 전략의 본격적인 행보도 주목된다. 구 회장은 최근 각 계열사 경영진들과 함께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전략보고회’를 연이어 주재하고 나섰다. 전략보고회는 LG그룹이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사업 전략 등을 점검하는 자리로 지난해 보다 앞당겨진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구 회장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선제 대응과 ‘중장기 미래 전략’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하고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다. LG는 앞서 오는 2026년까지 미래성장 분야에 총 106조원을 투자한다는 ‘중장기 미래 전략’을 발표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인적 네트워크 복원’ 의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도체·가전 등 전자업계의 ‘업턴’(Upturn‧상승 전환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 먹거리 발굴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이 직접 나서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있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신사업 전략 모색을 통한 경쟁력 강화 측면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삼성은 올해 1분기 주력 사업인 반도체(DS)사업이 적자로 전환한 가운데 2분기 역시 전체 실적이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육성하는 신사업을 통한 실적 업턴을 이끌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업계에서는 주요 한국 파트너사인 삼성전자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등 삼성 경영진들과 회동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이재용 회장과 겔싱어 CEO는 지난해 5월 서울에서 한 차례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는 만큼 이번에도 면담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달 20일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에서 22일간 미국에 머물며 20여명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진과 회동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테슬라 최고경영자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바이오, 첨단 ICT, 인공지능(AI), 차세대 모빌리티 등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 CEO들과 만나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의 ‘마라톤 회동’을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이 AI, 바이오, 전장(전자장치)용 반도체 등을 ‘신사업’으로 점찍고 집중·육성하고 있는 만큼 해당 분야의 리더들과의 회동은 글로벌 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이 회장이 앞세운 ‘뉴 삼성’ 비전의 기틀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국내외 현장 경영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 이어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아부다비에 위치한 삼성물산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과 베트남 스마트폰/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을 방문해 사업 현황을 직접 확인했다.
이 회장이 정면에 나서는 행보를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실적 개선의 과제를 꼽고 있다. 삼성전자는 IT 수요 감소와 반도체 한파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반도체(DS) 부문에서만 4조 5800억원의 적자를 내며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5.47%(6402억원) 급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겔싱어 인텔 CEO 회동 등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이재용 회장의 국내외 행보는 자연스러운 경영 일환으로,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미래 LG에 106조 투자’ 구광모 회장, ‘전략보고회’에 힘주는 이유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발빠른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각 계열사 경영진들과 함께 중장기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상반기 전략보고회’를 연이어 직접 주재하는 등 ‘미래 LG’를 위한 경영 전략 점검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아직 상반기가 다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전략보고회를 조기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선제 대응을 주문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달 8일부터 LG그룹 계열사들의 상반기 전략보고회를 직접 주재하고 있다. LG그룹은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매년 상반기,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전략보고회를 진행하고 있다. 경영실적과 사업 전략을 점검하는 자리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가 구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올해 전략보고회는 지난해 보다 앞당겨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글로벌 업황 악화가 지속 되면서 평년보다 일찍 그룹 전체 점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상반기 전략보고회는 LG전자 HE사업본부를 시작으로 진행된 바 있다. LG가 앞서 발표한 ‘중장기 미래 사업’에 따른 각 계열사 대응 전략이 주요 주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LG는 지난해 5월 미래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2026년까지 106조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미래 사업’ 계획을 내놨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확고히 하고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기로 한 것이다. LG에 따르면 R&D, 최첨단 고부가 생산시설 확충, 인프라 구축 등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43조원을 미래성장 분야에 집행하며 배터리/배터리소재, 전장, 차세대 디스플레이, AI/Data, 바이오, 친환경 클린테크 분야의 R&D에 선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미래 LG’를 향한 구광모 회장 역시 현장 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 공급망과 생산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달 17일 청주 LG화학 양극재 공장을 찾았다. 청주공장은 LG화학 양극재 생산의 핵심 기지다. 구 회장은 양극재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현황과 글로벌 공급망 전략 등을 점검했다.
구광모 회장이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과 실적 개선을 위한 계열사 점검 차원으로 풀이된다. LG 역시 1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 504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9% 감소했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 전자계열사의 수익성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LG 관계자는 “전략보고회는 LG전자,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을 발표하는 자리로 이달 8일부터 계열사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맞다. 지난해 일정은 정확하게 확인해 줄 수 없지만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감소한 일부 계열사 내부 잡음설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부분으로, 구 회장의 주도하에 앞서 발표한 106조원 투자 중장기 미래 전략을 바탕으로 일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이달 말 마무리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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