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올 1분기 수소차 2042대를 팔아 19.8%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현대자동차 본사 사옥. (자료=현대차)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시장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전 세계서 팔린 수소차 절반 이상이 현대차다. BMW와 혼다, 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가 슬슬 투자·개발에 팔을 걷어붙이며 시장의 활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16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2만2786대로 전년보다 29% 늘었다. 최초로 2만대를 돌파한 것이다. 현대차는 1만1947대를 팔아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1분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기간 수소차 전체 판매량은 3737대로 1년 전보다 3.5% 뛰었다. 현대차는 이 중 2042대를 팔아 19.8% 급증했다. 점유율은 54.6%다. 2위 도요타와 점유율 차이가 30.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특히 현대차 넥쏘의 활약이 크다. 지난 2018년 판매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 3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수소 인프라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판매 증가에 긍정적이다. 정부는 올해 수소충전기를 91기 추가해 320기의 충전기를 확보할 방침이다. 도심 내 수소차 충전소 설치기준 완화와 운전자 ‘셀프충전’ 등 수소차 충전소 관련 규제 개선에도 돌입했다.
더욱이 현대차는 연내 중국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기지인 ‘HTWO광저우’를 가동해 중국시장 침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수소차 실적이 기대되는 이유다.
수소차 시장 규모도 나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전기차와 비교해 기술력 한계가 있고 대중화는 덜 돼있지만 전기차보다 더 친환경적이고 빠른 충전속도와 주행거리를 자랑하고 있어서다. 수소차는 겨울철 주행거리가 줄어들지 않고 1회 충전 후 600km 이상 운행이 가능하다.
이처럼 장거리 이동과 짧은 충전시간 등 장점에 따라 수소상용차와 수소선박, 수소드론 등 다양한 모빌리티분야에 적용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현대차 역시 북미에서 수소전기트럭 판매는 물론 수소공급과 리스·파이낸싱, 플릿 운영, 유지보수 등을 아우르는 '수소차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남정호 H2리서치 대표컨설턴트는 "전기차도 시장이 성장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만큼 수소차도 본격 시장성장까지는 어느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분간 수소차는 점진적으로 시장이 성장하면서 올해는 최초로 단일 국가 판매 3만대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수소차의 잠재력을 보고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장이 활성화될수록 상용화가 빨라지고 현대차의 시장 존재감도 더욱 돋보일 전망이다.
우선 BMW는 지난달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도요타 미라이의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개발된 ‘iX5 하이드로젠’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일본 혼다도 제너럴모터스(GM)와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 공동 개발에 나선다. 혼다의 준중형 SUV ‘CR-V’를 바탕으로 한 신형 수소차는 내년 양산에 들어간다. 도요타는 올 하반기 일본에서 미라이 후속작으로 크라운에 수소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다.
SNE리서치는 "작년 최초로 2만대가 판매된 수소차 시장은 올 1분기에도 점진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BMW 등 주요 업체들이 수소차 투자와 개발 의지를 나타낸 만큼 현대차가 독주하는 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오는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을 친환경차로 전면 전환하겠다는 방침 따라 대형 상용차 전 차종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했다”며 “친환경 상용차에 대한 고객들의 많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