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3년/IRA 효과] ①K-배터리, 북미 패권 장악 본격화..쏟아지는 '러브콜'

IRA "합작법인은 1kWh당 셀 기준 35달러 공제"
LG엔솔-현대차그룹, JV 설립설 "확정된 사항 없어"
SK온-현대차그룹, 35GWh 규모 합작공장 계획
삼성SDI, 스텔란티스 이어 GM과 배터리 손잡아

이정화 기자 승인 2023.05.15 14:10 의견 0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북미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자료=게티이미지뱅크, 각 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북미 시장에 집중 공세를 펴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주도권 확보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완성차 업체들의 쏟아지는 합작 러브콜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5일 미국 에너지부와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올해 IRA 관련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모델 22개 중 17개는 LG에너지솔루션(11개)과 삼성SDI(4개), SK온(2개) 배터리를 탑재했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의 E-트랜짓과 머스탱 마하-E , 링컨 에비에이터, 크라이슬러 파시피카 등에 배터리를 장착한다.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을 탑재하는 포드 E-트랜짓을 제외한 모든 차종이 7500달러 보조금을 받는다.

삼성SDI가 배터리를 끼우는 지프의 그랜드체로키와 랭글러, 포드 이스케이프, 링컨 코세어 등에는 보조금 3750달러가 책정됐다. SK온은 포드 F-150 라이트닝 2종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모두 7500달러 보조금 지급 대상이다.

K-배터리의 북미 영향력은 이처럼 IRA 제도를 기점으로 도드라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합종연횡이 IRA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것으로 본다.

IRA의 첨단 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조항에 따라 합작법인은 1kWh(킬로와트시)당 셀 기준 35달러(모듈 1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요와 수익성을 확보할 기회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시간 단독 공장과 오하이오 지엠(GM) 합작 1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GM과 또 다른 합작공장인 2~3공장은 테네시주와 미시간주에 지을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에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이달 내 이사회를 열고 투자안을 의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협력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SK온과 현대차그룹도 지난달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5년 하반기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두 회사는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연간 3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는 합작공장을 설립할 생각이다.

삼성SDI은 최근 GM와 손잡고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삼성SDI가 완성차 업체와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스텔란티스에 이어 두 번째다. 그간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등 경쟁사보다 투자에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IRA 시행을 계기로 미국 공급망 구축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IRA 대응에 힘입어 실적 전망도 밝다. 특히 2분기에는 세액공제 효과가 큰 수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이 기간 매출 8조9204억원, 영업이익 7031억원을 올려 각각 전년 동기보다 75.92%, 259.46% 증가할 것으로 추측한다. 삼성SDI는 매출 5조7645억원, 영업이익 4695억원을 거둬 21.59%, 9.44% 증가가 예상된다.

업계 후발 주자인 SK온은 7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벗고 흑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대해 윤용식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에는 1분기에 반영되지 못했던 IRA AMPC(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혜택이 소급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RA 시행으로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면서 국내 배터리업계는 계속되는 경기 불황을 뚫고 고공행진할 기회를 얻었다. 중국 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는 북미 지역에서 주도권을 쥐는 일도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준홍 S&P 한국기업 신용평가팀 이사는 "국내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 미국 내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큰 규모로 투자하고 있어 잠재력 높은 미국 시장에서 좋은 위치에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단독공장이 아닌 합작으로 진행할 경우 고정 고객 확보가 수월하고 투자비를 경감할 수 있다"며 "배터리 등 기술 유출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북미 지역에서 전기차 시장이 워낙 커지고 있고 IRA 제도가 뒷받침된 만큼 리스크를 안고 투자에 뛰어드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