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한국프로야구 희망 본 KS..허구연 KBO총재에 거는 기대

편집국 승인 2022.11.10 08:13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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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허구연 KBO 총재와 전 야구선수 이만수, 박철순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KBO 허구연 총재의 배려로 이번에 플레이오프 1차전과 한국시리즈 마지막 6차전 경기를 직접 관전할 수 있었다. TV로 시청하던 이전과 달리 생동감 넘치는 그 현장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응당 야구인이기에 중요한 경기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과 전혀 다르다. 한국프로야구의 원년부터 16년 동안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고 SK 와이번스에서 8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했지만 지금처럼 야구인이 되기를 정말 잘했다고 느낄 만큼 대우를 받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지난 40년 동안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로 많은 국민에게 관심과 환호를 받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청춘을 쏟아부으며 그라운드를 누비던 많은 야구인이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야구”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야구인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프로야구는 지역 연고제의 외형적 모습과는 달리 정치, 경제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정치와 경제 논리에 적용하여 어긋난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되고 야구인의 자부심은 한낱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것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이러한 연유로 허구연 총재가 올해 새롭게 KBO 총재로 부임하자 주위에서는 많은 걱정을 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껏 야구인 출신의 총재는 처음이었고, 정치인·경제인도 아닌 야구인 출신이 과연 한국프로야구를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지배적인 분위기였다.

기우였다(杞憂). 허구연 총재는 전국 방방곡곡 야구장을 누비며 쉬지 않고 야구 발전을 위해 일에 매달렸다. 건강과 휴식을 위해 한 번 정도는 휴가를 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쉼 없이 야구에 몰두했다. 한국프로야구의 위기감을 느끼고 야구인 출신 허구연 총재는 최선을 다해 예전과 같은 한국프로야구의 부흥을 위해 헌신을 다하고 있음을 지켜보았다.

야구인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야구 현장의 문제와 어려움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책상 앞이 아닌 두 발로 뛰는 현장 경영을 통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전에 없던 KBO 총재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야구인으로서 지방을 돌며 각 지방 단체장들과 스스럼없이 야구 현안들을 논의하기도 하였다. 아마도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아니기에 이러한 만남이 조금 수월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들로 프로야구와 협력하여 지방 단체들이 야구장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다양한 야구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여 야구를 더욱 활성화시켜 지역과 야구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쥘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방역 지침으로 인해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고 TV 앞의 야구팬들은 예전과 같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며 점차 한국프로야구의 인기는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많은 언론에서 한국프로야구의 영광은 뒤안길로 사라졌고, 회복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어려움 속에 KBO 총재에 취임한 허구연 총재의 모습에서 희망보다는 안쓰러움이 더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프로야구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응원 문화를 경기장에서 펼칠 수 없었고, ‘야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치맥을 즐길 수도 없는 야구장에 아마 그도 많은 걱정을 했을 것이다.

올해 팬데믹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야구장 관중 규제가 조금씩 완화되며 숨통이 트이는가 싶었지만 마스크 의무 착용, 응원과 음식물 섭취 제한 등의 규제는 프로야구 흥행에 장애물이 되었다. 물론 정부의 방역 지침을 잘 준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야구인으로서 많은 국민이 야구장을 찾는 이유가 경기를 관람하는 것 이외에 더 큰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에 아쉬움이 컸다.

이러한 흥행의 악재 속에서도 한국프로야구는 올해 600만 관중을 돌파하였다. 수치로 보면 예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어려움 속에서 이뤄낸 소중한 관중 흥행이라고 생각된다. KBO 허구연 총재를 비롯해 프로야구 구단, 선수들이 프로야구 팬들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을 기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역 지침이 완전히 해제된 시즌 후반기와 포스트 시즌의 관중수를 감안해 본다면 엄청난 흥행이었고, 내년에는 1,000만도 훌쩍 넘길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포스트 시즌에는 표를 구하지 못한 지인들에게서 알음알음 나에게 표를 물어보는 상황이 생긴 걸 보면 이제 다시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였다. 사실 더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팀들이 일찍 탈락하며 흥행이 부족할까 걱정이 조금 되었다. 예전에는 한국시리즈 표를 구하기 위해 밤을 새우는 관중들이 다반사였고, 몇 배로 가격이 오른 암표까지 등장할 때가 있었다. 과연 이번 한국시리즈는 매진을 기록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도 들고 다소 회의적인 느낌이었다. 이것 또한 기우(杞憂)였다. 한국시리즈는 연일 매진 행진을 기록했고, 선수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많은 관중이 열광했다. 매 경기가 박진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게 하였으며, 감독들의 지략싸움에 SSG와 키움의 팬이 아니어도 충분히 야구의 매력에 매료되기에 충분했다.

특히 한국시리즈 5차전은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드라마였다. 많은 점수차에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최정 선수가 2점 홈런을 치며 따라갔고, 9회말 거짓말 같은 김강민 선수의 3점 홈런. 홈런을 많이 쳐 본 나조차도 온몸에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만든 환상적인 홈런이었다.

팀의 최고참 선수가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장면에서 2개의 홈런을 쳐냈고 선수들을 독려하며 팀 우승에 최고 수훈을 세운 선수가 되었다.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걱정했던 2022 한국프로야구는 예전의 활기를 찾았고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막을 내렸다. 앞서 이야기했듯 많은 이들의 노력이 이와 같은 한국프로야구 흥행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야구인으로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한국프로야구 부흥에서 더 중요하다.

팬들이 찾지 않는 프로경기를 상상해 보라. 문득 최희암 농구 감독의 말이 떠오른다. 그가 대학감독 시절 선수들에게 한 말이다. “너희들처럼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는데도 대접을 받는 이유는 팬들이 있어서다. 팬들에게 잘해라” 격하게 공감하는 말이다.

팬데믹 시절 아무도 없는 야구장에서 경기를 하던 선수들을 보며 그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모든 프로 스포츠가 마찬가지겠지만 한국프로야구는 많은 팬의 관심과 사랑으로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이 점을 프런트, 선수들도 잊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미국 메이저리그보다 더 활성화되고 앞으로 더 사랑을 받는 국민스포츠로 성장하길 충심으로 바란다.

허구연 KBO 총재의 한국프로야구를 향한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도 야구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야구 문화를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

그래서 내가 늘 꿈꿔오던 일이 야구장에서 늘 일상처럼 일어나길 기대한다. 1대부터 3대까지 야구장을 찾아 함께 응원하는 그 모습을... [이만수=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전 SK 와이번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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