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신아연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생사에 대한 또 다른 성찰

강헌주 기자 승인 2022.09.12 08:33 의견 2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조력자살 한국인과 동행한 4박5일.(출판사 책과 나무) [자료=신아연 작가]

[한국정경신문=강헌주 기자] 우리 사회에서 안락사만큼 민감한 주제도 없다. 불법으로 허용되진 않지만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안락사의 필요성에 대해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주제인 안락사에 대해 다시 한번 논쟁을 불러 일으킬 책이 최근 출간됐다. 소설가이자 칼럼니스티인 신아연 작가는 한국인으로서는 세 번째로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택한 말기 암 환자와 동행한 후 쓴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출판사 책과 나무)를 내놓았다.

신 작가는 책을 내면서 “그 긴장감, 그 절박함, 그 두려움, 그 안타까움이 다시금 떠올라 가슴이 먹먹합니다. 납골당에 유골을 모시듯,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에 그분의 영혼을 안치하고 저는 이제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삶과 죽음의 여행을 아직은 계속해야 하니까요”라고 밝혔다. 이 책을 쓰면서 느꼈을 작가의 정신적 고통과 갈등이 느껴진다.

작가가 스위스에 대해 동행했다고 해서 안락사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안락사와 조력사 논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우리 사회를 위태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조력사 현장을 경험한 후 기독교인이 된 저자는 생명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며 따라서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조력사는 또다른 조력사를 부를 것이라는 현실적 우려도 함께 전한다.

신 작가는 “이 책을 내는 저의 목적은 내게 인연이 닿은 한 사람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그것을 계기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과, 인생이 얼마나 유한한가를 돌아보는 것이다”며 “죽음이 막연한 게 아니라, 생전 안 죽을 것 같은 게 아니라, 동전처럼 삶의 이면에 딱 붙어있는 거란 사실을 그분의 죽음을 통해 확연히 깨달았다. 안락사에 초점을 두기 전에 죽음 자체가 이제는 양지로 나와야 한다. 사는 이야기의 한 자락으로 죽음도 일상 대화의 주제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죽음은 삶을 이야기하고 있으니까”라고 출간동기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안락사 논쟁 이전에 삶과 죽음이 일상 대화 속으로 들어오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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