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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공모가 고평가 논란과 금융당국의 플랫폼 규제 등으로 상장이 두 차례 밀렸던 카카오페이가 일반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불확실성을 잠재웠다. 카카오페이를 시작으로 잠시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다시 봄이 찾아올지 주목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과 26일 진행된 일반청약에서 카카오페이는 최종 경쟁률 29.6대 1, 증거금 5조6609억원, 청약 계좌건수 182만4365건을 기록했다.

증거금 자체는 흥행에 실패한 크래프톤과 비슷하지만 이번 청약이 100% 균등물량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증거금을 많이 넣으면 주식 수를 더 많이 받는 비례방식과 달리 균등방식은 모두가 최소단위만 맞추면 같은 수의 주식 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카카오페이의 최소 청약 주식수는 20주였다. 따라서 20주 가격 180만원의 절반인 90만원(청약증거금 50%)만 내면 모두가 똑같이 청약을 할 수 있었다. 즉 이번에는 증거금 자체 규모·경쟁률보다는 청약 건수를 봐야한다는 의미다.

카카오페이가 기록한 최종 청약 건수는 182만4365건이다. 이는 올해 하반기 IPO 흥행에 성공한 현대중공업(171만건), 카카오뱅크(186만건)과 비슷한 수준이고 상반기 흥행에 성공한 SK바이오팜(23만1000건), 지난해의 카카오게임즈(41만8000건), 하이브(25만3000건)보다 몇 배나 많은 수치다.

카카오페이가 불확실성을 지우며 IPO 흥행에 성공함에 따라 다소 찬바람이 불었던 IPO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선 올해 하반기 상장 가능성이 있는 대어는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했고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제출했다.

통상적으로 상장예비심사부터 증권신고서 제출, 기관 수요예측, 일반 청약, 상장까지는 약 4~5개월가량이 걸린다. 따라서 증권신고서 정정요구 등 중간에 걸리는 게 없으면 이르면 12월 말이나 1월 초 상장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반기 뿐 아니라 내년 상반기에도 대어들의 IPO는 몰려있다. 그중 ‘초대어’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엔솔은 원래 올해 하반기 IPO와 상장을 진행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8월 제너럴모터스(GM)에 공급하는 배터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결국 최근 한국거래소에 내년 1분기 전후로 상장에 돌입하겠다는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IPO도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신선식품 배송업체 마켓컬리와 라이벌 회사인 오아시스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쓱닷컴은 오는 2023년을 목표로 상장 준비를 하고 있다.

이중에서 오아시스는 이미 NH투자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했다. 마켓컬리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주관사 선정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쓱닷컴도 지난달 말 미래에셋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삼성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대어들의 상장 계획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제 가장 중요한 건 ‘유동성’에 달려있다고 분석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PO시장은 유동성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며 “향후 시장 유동성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IPO시장이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초 약 30조원 수준이었던 고객 예탁금은 현재 6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CMA잔고도 한 층 높아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IPO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기대자금들이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활황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