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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0.3%.'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들의 매도 리포트 평균 비율이다. 국내 들어와 있는 외국증권사들이 같은 기간 평균 11.4%의 매도 리포트를 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업계 종사자들은 우리나라 증권사들이 매도 리포트를 적게 내는 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분석한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들의 매수 리포트 평균 비율은 88.4%, 중립 11.3%, 매도 0.3%다. 매수와 중립의견을 가지고 있는 리포트가 99.7%로 압도적이다.
반면 국내에 있는 14개 외국증권사들의 매수 리포트 평균 비율은 63.1%, 중립 25.5%, 매도 11.4%다. 역시 매수와 중립 의견을 가진 리포트 비율이 더 많지만 매도 리포트도 10%를 넘는 모습이다. 단순 비율로만 비교한다면 국내 증권사와는 38배가 차이난다.
국내 증권사 중에는 아예 매도 리포트가 없는 곳들도 여럿 보인다. 10개 증권사 중 7개 증권사(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 키움증권)의 매도 리포트 비율이 0%다. 그나마 미래에셋증권이 1.3%로 비율이 가장 높았고 대신증권이 0.9%, NH투자증권이 0.5%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도 리포트 평균 비율이 0.1%p 늘었다는 건 위안거리다. 지난해 2분기 10개 증권사들의 매도 리포트 평균 비율은 0.2%였다.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이 0.6%,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이 0.5%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에 지점이 있는 해외증권사들의 경우 매도 리포트 비중이 20%가 넘는 곳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씨엘에스에이코리아증권이 22.1%, 메릴린치인터네셔날엘엘씨증권 서울지점이 20.3%를 기록하며 비중이 20%를 넘겼다.
10%대도 많다. 맥쿼리증권(15.5%), 모건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 서울지점(15.1%) 도이치증권(14.3%),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13.5%) 등이 10%를 넘겼다.
업계 종사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를 크게 ▲개인투자자들의 항의 폭주 ▲법인 영업에서의 불이익 발생 ▲리서치센터의 독립성 부재 등 세 가지를 뽑았다.
한 중형사 리서치센터장 A씨는 “국내에는 개인투자자들이 너무 많다”며 “해외에서 대부분 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것과 다르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그러다보니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매도 리포트가 나오면 항의 전화가 폭주한다”며 “주변 지인 중에는 실제로 하루 종일 항의 전화에 시달린 사람, 심지어 소송을 걸겠다는 연락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의견을 내는 건 연구원들의 고유 권한인데 이를 가지고 소송을 걸겠다고 하고 주가가 빠졌다고 민원을 넣겠다고 하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연구원이 매도 리포트를 내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형사 리서치센터장 B씨도 “국내 투자자들이 매도 리포트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것도 이유지만 추후 기업과의 영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리서치센터에서 D라는 기업에 부정적 의견이 담긴 매도리포트를 내면 나중에 법인 영업과정에서 그 증권사는 제외될 수 있다”며 “그래서 암암리에는 매도 리포트 의견을 가진 기업은 아예 리포트 자체를 내지 않으며 연구원들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한 중소형사 리서치센터장 C씨는 “가장 중요한 건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연구원들은 이론적으로 특정 회사의 현재 가치가 미래보다 높으면 매도의견을, 낮으면 매수의견을 내야 하는데 독립성이 부재돼 있으니 사실상 이렇게 내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향후 개선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했다.
각 리서치센터장들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매도 리포트를 아예 안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조금씩이라도 개선을 해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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