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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6월 일평균 CMA 잔고 최고치(2021년 기준, 68조원)를 기록한 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4개월 반만에 51조원대로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CMA 계좌 잔고가 어떤 이유에서 떨어지는 건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일평균 CMA 잔고는 62조683억원이다. 이는 1월 63조9736억원, 2월 65조4498억원, 3월 63조8369억원, 4월 65조6511억원, 5월 67조4388억원, 6월 68조3242억원, 7월 65조5070억원, 8월 64조7103억원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CMA는 주로 단기투자에 적합한 상품으로 종류에 따라 펀드나 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종류는 크게 CMA-RP(환매조건부채권)형, CMA-MMF(단기금융펀드)형, 발행어음형, 기타형 등이 있다. 은행 예금과 달리 매일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단기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다.

그 수치는 최근 들어 더욱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달 8일 CMA 잔고는 51조1134억원으로 4월 30일 45조4265억원을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이러한 현상이 이어지는 이유는 크게 ▲금리인상·주가 조정으로 인한 자금이탈 ▲기업공개(IPO)의 특수성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금리 인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렸다. 그러자 은행들도 발 빠르게 시중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 중 단기 투자보다 예금에 매력을 느낀 투자자들이 일부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한동안 조정 받고 있다는 점도 자금 이탈을 가속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두 달 사이 코스피지수가 3100~3200대를 횡보하자 피로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대거 장을 떠난 것이다. 실제로 6월 코스피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7439억원이었는데 7월에는 14조4306억원, 8월 14조4820억원으로 내려온 것이 확인됐다.

IPO 특수성으로 증권사에 몰렸던 돈이 빠져나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이달 7일 67조원대였던 CMA 잔고는 하루 만에 16조원 가량 빠졌는데 이는 얼마 전 있었던 현대중공업 일반 청약 종료 시점과 맞물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CMA 잔고가 크게 빠져나간 것은 IPO 이후 목적을 달성한 돈들이 빠져나간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7월 말에서 8월 초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도 CMA 투자자들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거나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여러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지난달 26일 하나금융투자가 CMA 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27일에는 KB증권, 메리츠증권, IBK투자증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이 금리를 올렸으며 30일에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나란히 금리를 올렸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금리를 0.15%p에서 0.25%p 사이에서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CMA와 관련된 이벤트도 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8일 발행어음형 CMA 특판 금리 이벤트를 실시했다. 오는 30일까지 발행어음형 CMA를 비대면으로 최초 개설하거나 발행어음형 CMA로 최초 유형변경을 하면 기존 금리에 0.1%p를 더한 특판금리를 6개월동안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떻게 보면 CMA 잔고가 줄어드는 것은 그 동안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올해 IPO 시장 활성화로 잔고 수치가 상당히 높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황 연구원은 향후 CMA 잔고가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황 연구원은 “CMA는 단기성 자금 관리를 하는데 유용한 상품”이라며 “여기에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당장 그 수치가 빠르게 줄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