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1월 7~8일 포항, 광양제철소 등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안전을 최우선 핵심가치로 삼아 행복한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자료=포스코]

[한국정경신문=오수진 기자] 철강업계에서 'ESG 경영‘ 선두를 달리고 있는 포스코. 탄소를 감축하겠다고 나선 포스코의 행보는 유독 눈에 띈다. 최정우 회장도 ESG 경영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경영 의지를 거듭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은 어떨까. 포스코 근로자들은 ‘직업성 암’이라는 작업 환경의 불안감 속에 하루 하루 근무를 이어나가고 있다.

■ "제철소 현장, 석탄·철광석 가루와 각종 발암물질 천지"

1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ESG 경영’을 위해 적극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사내에 ESG 전담조직 ‘ESG그룹’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2020 기업시민보고서’를 발간해 ▲사업장 안전·보건 ▲기후변화 대응 등 10가지의 ‘ESG 핵심 이슈 및 대응 현황’을 공개했다.

보고서에서 포스코는 2017~2019년 연평균 7880만톤(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3년 7500만톤으로 줄이고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6만5800톤에서 5만6200톤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친환경산업 제품 판매량도 240만톤에서 332만톤까지 확대한다.

최정우 회장은 "다가오는 대전환의 시대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급격한 변화의 시대로 ESG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기업시민 경영이념의 체질화를 넘어 새로운 기업 경영 모델로 발전시키고 지속적으로 혁신해 철강산업의 ESG 경영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어떨까. 제철소는 석탄과 철광석 가루, 각종 발암물질 천지라고 근로자들은 말한다. 제철소는 아직도 열악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 제철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석탄이 나오질 않아 수입해서 쓰는데 그걸 배에서 하역 후 바닥에 쌓아놓는다”며 “이걸 땅바닥에 두니 바람이 불면 석탄 가루와 철광석 가루가 엄청나게 흩날려 엉망이 된다. 타 기업 같은 경우 돔 같은 걸 지어서 실내에 보관한다”고 지적했다.

■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피해자들 직접 찾아 산재보상 지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스코 포항제철소로 산업재해 현장 방문한 후 “이마와 목을 연신 닦고 머리를 털자 붉은 쇳가루가 흰 수건에 흥건했다. 온 몸이 쇳가루 먼지로 뒤덮였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산재 현장을 방문하고 나온 저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반나절도 채 안된 시간이었다.

물론 제철소 내 먼지를 잡아주는 집진기가 있다. 다만 관리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현재 집진기 전문 업체인 에어릭스와 협력관계에 있다. 이전에는 집진기가 고장 날 때마다 불러 업체에 수리비를 주었지만 지금은 ‘책임 정비’라는 명목 하에 한 달에 한번 고정비를 준다고 한다.

제철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집진기 업체가 와서 일을 할 때마다 정산을 했는데 이제는 집진기에 문제가 생겨도 고쳐주지 않고 버티고 있다”며 “매달 고정적으로 받는 유지비에서 수리비가 빠져나가는 셈이니 수리를 잘 해주질 않는다”고 탄식했다.

이어 “예산을 좀 투자해서 야적장에서 작업하던 것을 돔 안에서 할 수 있게 하는 등 환경 시설을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직업성 암’도 수면위에 떠올랐다. 그러나 사측이 아닌 노조가 ‘직업성 암’ 피해자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상황이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서는 포스코 제철소 내에서 ‘직업성 암’에 걸린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 산재보상을 돕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국가산단 지역 주민 환경오염 노출과 건강 영향 감시사업 종합평가’에서 포항 산단 주민들의 전국 대비 암 사망률이 1.3배에 이르렀다. 대기오염 노출도는 전국 평균의 1.72배로 나타났다.

올해 포스코 제철소에서 직업성 암 환자가 잇따라 나와 현재 역학조사 중에 있다. 4월 23일 기준 3건의 ‘직업성 암’ 산재가 인정됐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23년까지 3년 동안 역학조사에 착수했으며 대상은 협력업체를 포함한 포스코 제철소 소속 근로자, 1차 철강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등이다. 조사내용은 ▲암 등 직업성 질환 발병 위험도 추정 ▲정밀작업환경측정과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