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오는 15일 열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제재 안건이 빠졌다. 당초 예상됐던 ‘조 단위’ 과징금 규모가 대폭 깎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공개된 증권선물위원회 의사록에서도 금감원의 엄벌 논리가 금융위원회와 증선위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꺾인 정황이 드러났다. 은행권의 감경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오는 15일 예정된 제재심의에서 홍콩 ELS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 안건을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5일 예정된 제재심의에서 홍콩 ELS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 안건을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사안의 중대성과 타 제재 수위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1차 제재심에서도 은행들의 소명을 들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재를 공언해 온 금감원의 논리가 내부 검토 과정에서 힘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금융위가 지난 9일 공개한 지난해 11월 증선위 의사록에서도 이러한 ‘기류 변화’가 확인된다.
이날 회의에서 홍콩 ELS 관련 제재 중 과태료 제척기간이 임박한 일부 안건이 논의됐다. 특히 제재 수위를 놓고 금감원과 증선위원 간의 팽팽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당시 은행 측은 단순 기술적 오류나 직원 실수를 중과실로 보고 동일 행위를 건별로 나눠 중복 제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항변했다. 한 은행 진술인은 “위반행위의 양태나 동기, 결과를 볼 때 과태료 금액이 너무 크다”며 “과거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사후적 경합’ 적용 여부였다. 이는 유사한 위법 행위가 반복됐을 때 이를 하나로 묶어 처리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과태료에 사후적 경합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측 보고자는 “2025년 초 기관 제재에 사후적 경합을 도입했지만 당시 검토안에서 과태료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선위 시각은 달랐다. 권대영 증선위원장은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금감원 말씀에는 공감하지만 법에서 부여한 증선위나 금융위의 의결은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면서 “재량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 있게, 기존 사례와 형평성 있게, 책임에 부합하는 제재를 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또 다른 위원도 “이 사건은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것)이나 사후적 경합, 포괄일죄(여러 행위를 하나의 죄로 보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며 금감원을 압박했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논의될 ‘조 단위’ 과징금 산정에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향후 금감원 제재심에서 제재 수위가 정해지더라도 또 증선위와 금융위의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업계에서는 지난 증선위 결과를 비춰볼 때 은행권의 감경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