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차유민 기자] AI 기반 자동 심사가 확산하면서 보험금 지급 속도는 전반적으로 빨라지고 있지만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단순한 '신속지급 비율'만으로 보험사의 서비스 수준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기반 자동 심사가 확산하면서 보험금 지급 속도는 전반적으로 빨라지고 있지만 검증과 관리 체계를 함께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챗GPT)
1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보험금 청구 접수 후 3영업일 이내 지급된 비중인 '보험금 신속지급 비율'은 보험사별로 격차를 보였다.
한화생명(93.4%), 삼성생명(92.6%), 교보생명(91.5%) 등 주요 대형 생명보험사는 90% 이상의 신속지급 비율을 기록했지만 KDB생명(66.3%)과 하나생명(72.2%) 등 일부 중소형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해당 지표가 서비스 품질 저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KDB생명 관계자는 "최근 간병인 보험과 장기 요양 보험 등 제3보험 가입이 급증하면서 보험금 청구 건수도 단기간에 함께 늘었다"며 "특히 가입 초기 청구 건의 경우 정확한 지급을 위해 보다 세밀한 심사와 추가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신속한 처리를 위해 심사 인력 보강과 업무 효율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생명 역시 청구 구조의 특성이 지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하나생명 측은 "전체 청구 모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 조사가 필요한 사례가 일부만 발생해도 3영업일 기준 신속지급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날 수 있다"며 "추가 심사 비중이 높게 산출된 것도 이러한 구조적 요인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보험금 지급 속도 격차의 이면에 AI 활용 방식의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연구원(KIRI)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를 단순한 자동화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소비자 경험 개선에 한계가 있으며 설명 가능성과 검증 체계를 함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험금 지급과 같이 소비자 보호가 직접적으로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AI 판단의 근거와 책임 구조가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보험금 지급 경쟁이 속도 자체보다 AI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고 책임 있게 운영하느냐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 지급이 확대될수록 오류 발생 시 파급 효과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신속지급 비율이라는 단일 지표보다 AI 활용 과정에서의 검증과 관리 체계를 함께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