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올해 목표를 '내실 다지기'로 정한 모습이다. 미래 지향적인 신산업 강화보다는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계산인데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건설업이 일자리 창출은 물론 내수 경기에 영향을 끼치는 산업인 만큼 정부의 당근책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SK에코플랜트 등 주요 건설사들은 신년사에서 안전 경영 등 내실 다지기를 강조했다. 중대재해 사고 예방과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 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먼저 건설사들이 한목소리로 이같은 기조를 내세우는 배경은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정부의 강한 페널티 예고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 등록 말소를 요청해 영업 활동을 중단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이같은 기조가 올해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기업에 제재적 성격의 과징금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과징금 규모는 영업이익의 5% 이내로 영업이익이 명확하지 않거나 영업손실을 본 기업에는 하한액 30억원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건설사들은 건설업 특성상 사고를 원천 봉쇄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토대로 일부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령 건설사가 안전교육과 안전관리자, 충분한 휴식시간, 건강체크 등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흔히 노동자의 부주의와 예상치 못한 말그대로의 사고로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부분에 대한 면책해 주는 정부 지침이 없다는 게 건설업계의 하소연이다.
게다가 올해 3월부터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사용자 범위 확대와 파업 대상 확대, 손해배상 책임 제한 등을 담고 있다.
건설사들은 하청 위주의 건설업 특성상 노사 갈등과 법적 분쟁이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구조조정 등 주요 경영판단에 노동조합 동의가 필요해져 경영권 침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분쟁으로 당시 치솟았던 건설 자재 비용이 안정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특별한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올해 수익성은 전년대비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실을 다져 기초체력을 충분히 쌓는 한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 분위기에서 건설사들이 사업 확장 등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며 "대내외 환경에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실을 다지자는 분위기이고 일부 건설사는 투자 여력이 없어 경쟁력이 추락할 것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가 안전 제일을 강조하는 부분은 적극 공감하지만 건설업이 내수 경기에 민감한 산업인 만큼 합리적인 대안 마련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