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2025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에서 4대 시중은행의 명암이 엇갈렸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은 ‘미흡’ 등급을 받았고 우리은행만 홀로 ‘보통’ 등급을 유지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19일 금감원이 발표한 지난해와 올해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를 종합하면 4대 은행 중 우리은행만 ‘보통’ 등급을 받고 나머지 3곳은 ‘미흡’ 등급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ELS 사태를 피하며 경쟁 은행 대비 높은 등급을 유지했지만 전반적인 소비자보호 수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4대 은행 모두 실태평가 자체에서는 보통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소비자피해 발생과 기관제재에 따른 등급 하향 조정으로 명암이 갈렸다. 국민·신한·하나은행은 최종 미흡 등급으로 추락했다.
이는 2023년 말부터 불거진 홍콩 ELS 사태의 영향이다. 은행권의 홍콩 ELS 판매 금액은 총 15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손실 확정 원금은 10조4000억원, 손실액은 4조6000억원이다.
은행별 판매액 차이가 등급 하향 기준이 됐다. KB국민은행이 8조197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2조3701억원), 하나은행(2조1183억원)이 뒤를 이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판매액이 413억원에 그쳤다. 판매액이 적은 우리은행은 과징금 대상에서 제외됐고 이번 등급 조정도 피해갔다.
다만 우리은행도 세부 평가 항목을 보면 다른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부 항목별 평가에서 우리은행의 소비자 보호 수준 역시 낮게 나타났다.
특히 계량항목 중 금융사고 및 휴면금융자산 찾아주기 평가에서 국민·신한·우리은행이 나란히 미흡 등급을 받았다. 최근 크게 늘어난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나면서다.
4대 은행의 금융사고 발생 건수는 지난해 64건, 올해 3분기까지 85건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금융소비자보호의 근간이 되는 내부통제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9월 금융소비자보호 간담회에서 “홍콩 ELS 사태는 금융권 소비자 보호 거버넌스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어 “단 한 번의 사고로 막대한 비용과 신뢰 상실이 초래될 수 있다”며 “사전 예방 중심의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