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올해 3분기까지 4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전년동기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특히 해외법인의 내부통제 부실과 한동안 주춤했던 횡령·배임 재발이 두드러졌다.
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별 경영공시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총 27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은행 8건, 신한은행 6건, 하나은행 3건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소액 사고 적발이 늘어난 것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면서도 내부통제 문화가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 누적기준으로는 금융사고 건수가 총 85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37건) 대비 2배 이상 폭증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발생 건수인 64건도 훌쩍 넘겼다.
3분기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10억원 이상 금융사고는 6건으로 나타났다. 100억원 이상의 초대형 사고는 없었다.
올 3분기 은행권 금융사고의 특징 중 하나는 해외법인 사고가 많았다는 점이다. 10억원 이상 고액 사고 6건 중 절반인 3건이 해외법인이었다. 이들 해외법인 사고금액만 87억원에 이른다.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법인인 KB뱅크에서만 2건이 발생했다. 9월 현지직원의 업무상 배임 등으로 17억원대 피해를 입었다. 10월에는 은행 간 비정상 이체로 31억원대 사고가 났다.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에서도 지난 8월 현지직원의 횡령으로 37억원대 사고가 터졌다. 우리은행 역시 올해 인도네시아 법인에서 대규모 금융사고를 겪은 바 있다.
이는 은행의 급격한 글로벌 외형 확대를 내부통제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각국의 법제 차이와 현지 직원과의 언어·문화적 장벽이 통제의 구멍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잠잠했던 횡령·배임 사고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3분기 사고 유형을 보면 외부인에 의한 사기가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내부 직원의 횡령과 배임도 각각 4건, 3건으로 많았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에서 배임 2건, 신한은행에서 횡령 3건이 발생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도 각각 배임과 횡령이 확인됐다.
국내서 발생한 횡령·배임은 대부분 10억원 미만의 소액 사고였다. 내부통제에 대한 경각심으로 거액 횡령·배임 사고는 줄었지만 일선 영업점에서는 소액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속적인 내부통제 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개인적 일탈을 완전히 막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액 사고 적발이 늘어난 것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면서도 “내부통제 문화가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를 더욱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