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LG가 연말 인사로 ‘기술형 2기 체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자·화학 새 수장으로 류재철·김동춘을 세웠다. CNS에 AX·AI·스마트물류 허리를 두껍게 쌓으면서 경기 반등 골든타임을 선제적으로 잡겠다는 계산이다.

LG전자 광고판 (사진=LG전자)

LG는 지난 27일 전자·화학·IT서비스 등 핵심 계열사 이사회를 열어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의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기술형·현장형 리더를 전진 배치하며 인적 쇄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1기 CEO들이 쌓아올린 성장 기반 위에 포트폴리오를 더 정교하게 다듬고 경기 반등 국면을 앞둔 골든타임에 속도를 내겠다는 판단이다.

기술형 2기 인사의 핵심은 50대 기술통을 전면에 세웠다는 점이다. LG전자는 생활가전 개발과 사업을 두루 거친 류재철 HS사업본부장, LG화학은 반도체·전자소재와 첨단소재를 키워온 김동춘 첨단소재사업본부장을 각각 신임 CEO로 앉혔다.

두 사람 모두 연구·제품·사업·전략을 한 번씩 다 밟은 인물이다. 1기 CEO들이 외형 성장과 신사업 기반을 닦았다. 2기는 기술로 본원 경쟁력을 더 세게 만들고 포트폴리오를 정밀 조정하는 단계로 넘어간 셈이다.

과거처럼 직급 안배가 아니라 각 계열사 캐시카우와 미래 먹거리 축에 맞춰 사람을 배치한 ‘사업 통 인사’로 요약된다. 승진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룹이 어디에 힘을 주는지는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대교체도 눈에 띈다. 신학철 부회장과 조주완 사장이 동시에 물러나지만 성과 부진이 아니라 역할을 다했다는 평이다.

신학철은 배터리·소재 중심으로 LG화학의 사업 축을 바꿔 놓았다. 조주완은 LG전자의 외형 성장과 B2B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 두 사람이 포트폴리오의 큰 뼈대를 세운 상태에서 보다 젊은 기술형 2기가 들어와 속도와 실행력을 맡는 구조로 바뀌는 그림이다.

마지막 AI·AX 인사로 방점을 찍었다. LG CNS 인사에서 AI클라우드, Entrue(컨설팅·AX), 스마트물류·피지컬AI 라인에 승진과 젊은 임원을 몰아준 건 그룹 전체 AI·데이터·물류 인프라 허브로 키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전자·화학이 각자 제품·소재에서 AI·디지털 전환을 밀고 CNS가 이를 묶는 ‘플랫폼·인프라 허브’ 역할을 맡는 구조가 더 뚜렷해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연구소·현장 출신 50대 기술통을 전면에 내세운 2기 체제 전환이라고 본다. 생활가전·첨단소재·AX를 그룹 3대 성장축으로 세워 세대교체를 마무리한 만큼 앞으로는 AI·바이오·클린테크 등 신사업 투자와 포트폴리오 재편이 더 과감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