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비상경영 속 턴어라운드를 위한 거버넌스 체계 개편에 나선다. 혁신을 위한 대대적 인사 쇄신도 눈에 띈다. 9년만에 HQ 체제를 해체하고 전체 CEO의 3분의 1에 달하는 20명을 교체했다. 변화할 롯데 계열사 새 수장들의 그간 실적과 실적 기대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CPHI Frankfurt 2025에서 고객사들과 소통하는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 부사장(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롯데가 그룹 차원 미래 핵심 사업으로 꼽았던 바이오 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건다. 오너 3세 신유열 부사장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로 부임하면서 글로벌 CDMO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는 지난 26일 2026년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신유열 부사장의 역할 확대를 알렸다.

신 부사장은 그간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으로 그룹 전체의 글로벌 사업과 신사업 전략을 이끌었다. 이번 인사에서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를 맡아 그룹의 주요 신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사업을 공동 지휘하게 됐다.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전략컨트롤 조직에서 중책을 맡아 그룹 전반의 비즈니스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주도한다.

바이오 사업은 롯데가 그룹 4대 신성장 테마 중 하나로 낙점한 미래 사업이다. 그간 미국과 한국의 듀얼 사이트에 기반한 지정학적 이점과 FDA, EMA, PMDA 등 62건 이상의 규제기관 승인 경험을 토대로 구축했다. 평균 15년 이상의 바이오 경력을 가진 핵심인력들과 함께 대량 생산 허브로서의 송도 바이오 캠퍼스와 항체부터 ADC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의 시너지를 확대할 예정이다.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한 ADC 개발 역량도 키우고 있다. 기존의 ADC 기술이 정형화된 플랫폼에 기반했다면 최근에는 이중특이성, 이중약물탑재,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결합체(AOC) 등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신 부사장은 2020년 롯데그룹에 입사한 이후 3년 연속 승진하며 빠르게 경영진 대열에 합류했다.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한 후 2022년 5월 임원(상무보)에 오른 후 매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만 39세의 나이에 부사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직까지 올랐다.

롯데바이오로직스와 오티모 항체 생산 수주 계약 체결 사진. (오른쪽부터) 브렛뷰디스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 PMO부문장,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 오티모 임원진(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초기부터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인수 등 CDMO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 IR 및 바이오 행사 등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현장경영 보폭도 넓혀왔다.

지난 9월 열린 바이오USA에서 글로벌 제약사 및 잠재 고객사들을 만나 사업 및 파트너십 미팅에 적극 참여하면서 수주 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영국 바이오 기업 오티모 파마와 항체의약품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도 냈다는 평가다.

신 부사장을 지주 전략컨트롤 조직에서 중책을 맡게 한 결정과 관련해 그룹의 세대교체와 경영 승계 작업을 공식적으로 가속화한다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HQ체제를 폐지하고 전략컨트롤 조직을 세운 것은 신 부사장에게 그룹의 향후 방향키를 직접 잡게 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롯데지주 전략컨트롤 조직은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비즈니스 혁신을 주도하는 핵심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 부사장이 이 조직에서 중책을 맡게 되면서 대표로 부임한 롯데바이오로직스에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실행력과 적극적인 현장경영 활동이 경영자로서 역량을 증명하는 과정으로 봤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미래 과제를 부여함으로써 그룹의 차기 리더로서 확실히 인정하고 경영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