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조원 규모 수주 빅딜을 추가로 성사시켰다. 올 한 해를 수주 기록 경신의 해로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미국 GSK 공장 인수 및 관련 수주 물량을 반영하면서 누적 수주는 7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24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럽 제약사 3곳으로부터 총 1조2000억원 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각각 다른 제약사와의 별개 계약이다. 이 중 1조1100억원 규모 빅딜이 포함됐다. 다른 두 건은 각각 561억원, 569억원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럽 제약사 3곳으로부터 총 1조2000억원 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이로써 11월 기준 5조5193억원에 달했던 누적 수주액은 단숨에 6조7000억원 규모로 7조원을 바라보게 됐다. 작년 전체 수주액인 5조4035억원에서 24%가 늘어난 규모다. 올해 공시 기준 체결한 신규 및 증액 계약은 총 11건으로 늘었다.
연말 미국 관세 리스크와 생물보안법 호재를 입으면서 내년 수주 기대감은 더 크다. 순수 CDMO기업으로의 인적분할과 신규 수주 기반으로 4공장 풀가동·5공장 램프업도 안정적으로 진행 중이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장은 대규모 물량을 장기 계약하는 특성상 소폭의 단가 차이가 전체 계약 규모에서는 수천억 원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공장 인수를 통한 관세 리스크 해소는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2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 위치한 휴먼지놈사이언스(HGS)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2억8000만 달러(약 4147억원)이다. 계약에 따른 자산 인수 절차는 2026년 1분기 내 완료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수한 휴먼지놈사이언스(HGS)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락빌 생산시설은 미국 메릴랜드주 바이오 클러스터 중심지에 위치한 총 6만L 규모의 원료의약품(DS) 생산공장으로 두 개의 제조동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시설은 임상 단계부터 상업 생산까지 다양한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한국 송도와 미국 락빌을 연결하는 이원화된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고객에 유연하고 안정적인 생산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북미 고객과의 협업 기반을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별 공급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해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중장기 수요와 가동 상황을 고려해 생산능력 확대 등 추가 투자도 검토한다.
레지스 시마르 GSK 글로벌 공급망 총괄 사장은 “이번 거래를 통해 장기 파트너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락빌 생산시설을 인수함으로써 미국 환자들을 위한 주요 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통해 GSK 역시 글로벌 공급망 운영의 안정성과 대응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HGS에서 생산되던 GSK의 바이오의약품은 인수 이후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시장에 그대로 공급하게 되며 이에 따라 기존 고객사인 GSK의 미국향 물량을 안정적으로 추가 확보했다”며 “총 6만 리터의 CAPA를 감안하면 동사 매출에 약 10% 이상 기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생물보안법 통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우호적인 대외적 환경도 만들어진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지난 18일 생물보안법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안을 서명했다. 지난해 초 발의됐던 이 법안은 일부 수정을 거쳐 2년만에 최종 통과됐다.
미국 언론들도 생물보안법은 내년 글로벌 제약사간 시장 경쟁구도에 큰 파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 기존 중국 기업에 의탁했던 CDMO 물량의 공급망 변화를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생물보안법으로 중국 CDMO 기업들은 글로벌 제약사 공급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우시바이오로직스의 2024년 기준 미국향 매출이 약 2조 원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고 이원화된 생산시설을 보유한 대체 공급자로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