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차유민 기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서며 관련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펫보험으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다. 보험료 부담과 보장 불확실성 속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적금을 든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소비가 늘었지만 펫보험 확산은 정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호자의 소비 지표는 성장세가 뚜렷하다. NH농협은행이 고객 데이터 27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에 연 50만원 이상을 지출한 고객은 16만5000명으로 4년 전보다 41% 증가했다.
소비의 질도 달라졌다. 동물병원에서는 고액 결제 비중이 확대되고 펫 유치원·호텔 등 선택형 서비스의 이용 빈도와 결제 금액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정착되며 비용을 줄이기보다 관리와 돌봄에 더 쓰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보험은 예외다. 2024년 상반기 기준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약 1.7%에 그친다. 보험 시장은 성장 국면에 들어섰지만 반려동물 양육 가구 대비 침투율은 여전히 미미하다. 보험료는 빠르게 오르고 보장 범위는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위험 대비 수단으로 보험보다 현금 확보를 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같은 보험 회피 현상에는 반려동물 유입 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친다. 반려동물 보호 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반려동물은 보호소 입양이나 지인 분양 등을 통해 가정에 들어오는 비중이 주요 유입 경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경우 입양 시점부터 이미 성체이거나 중·고령 개체인 사례도 많다.
펫보험은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의 나이가 많을수록 보험료가 빠르게 상승하고 5세 이상부터는 신규 가입이 제한되거나 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이에 양육 초기부터 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지며 보험 활용 자체가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동물병원 진료비의 불확실성도 부담을 키운다. 표준화된 수가 체계가 없어 병원마다 진료비 편차가 크다 보니 적정 보험료를 판단하기 어렵고 실제 보험금 수령 가능성도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보험 대신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해 의료비에 대비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보험업계는 펫보험 시장 정체의 배경으로 구조적 요인 역시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진료비 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보험료 산출과 보장 구조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어렵다"면서 "이에 따라 상품 경쟁력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