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량 확대와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4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투자업계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가 올해 3분기 5조∼6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HBM 출하량 증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의 주요 원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3분기 HBM 호황에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사진=연합뉴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8% 증가해 범용 D램과 함께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대항마로 불리는 AMD의 AI 가속기에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AMD가 오픈AI와 대규모 GPU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AMD와 일찌감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삼성전자의 수혜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범용 D램의 가격 상승도 긍정적이다.

3분기 들어 범용 D램인 DDR4가 DDR5 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서버용 고성능 D램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집중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0.5% 오른 6.3달러로 집계됐다. DDR4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6달러를 넘어선 건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분기마다 2조원 안팎의 적자를 내던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3분기 적자 폭을 크게 줄이며 전체 반도체 사업 실적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가동률 상승 및 일회성 비용 축소로 적자 규모를 2분기 2조9000억원에서 3분기 7000억원으로 대폭 축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5곳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액은 24조29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3%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9.1% 늘어난 11조1844억원으로 예상된다.

시장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HBM의 출하량 확대가 수익성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다. HBM은 범용 D램보다 가격이 약 5배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높은 수익성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41%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E 12단 제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HBM4 양산 준비를 마치고 엔비디아와 막바지 물량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점유율은 62%로 1위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21%, 삼성전자는 17%로 분석됐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도래하면서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시장 선두 지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채민숙 연구원은 "빅테크들이 경쟁적으로 데이터센터를 확장해 동시다발적으로 서버 수요가 발생한 반면, 메모리 공급사들은 지난 2년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공급을 증가시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