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올해 상반기 은행권 퇴직연금 시장에서 ‘전통 강자’인 신한은행과 ‘신흥 강자’ 하나은행간 뚜렷한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지난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도입 이후 금융사 간 고객 유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결과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사)

16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의 퇴직연금 비교공시를 보면 상반기 은행권 퇴직연금 누적 적립금은 총 235조56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225조7684억원) 대비 9조7932억원(4.3%) 증가한 수치다. 총 445조6284억원 규모의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52.9%로 절반이 넘는다.

은행별 적립금 규모는 신한은행이 47조7267억원으로 1위를 유지했다. 이어 KB국민은행이 44조2327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고 하나은행이 42조 7040억원으로 바짝 추격했다. 이어 IBK기업은행 29조3004억원, 우리은행 28조4227억원, NH농협은행 24조5794억원 순이었다.

적립금 증가세에서는 하나은행의 약진이 돋보였다. 상반기에만 2조4306억원(6.0%)의 적립금을 늘리며 은행권 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이 2조1846억원(5.2%) 증가로 바짝 뒤를 쫓았으며 신한은행은 1조8114억원 증가에 그쳤다.

하나은행은 2023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전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은행권 1위를 기록하며 신흥 강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수익률 경쟁에서도 하나은행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가입자들이 주로 선택하는 원리금보장형 상품 기준 하나은행은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에서 각각 3.45%, 3.21%의 1년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중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개인형퇴직연금(IRP) 원리금보장형에서는 iM뱅크가 3.34%의 수익률로 시중은행을 제치고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다.

비보장형 기준 NH농협은행이 DC형에서 8.08%, DB형에서 7.44%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농협은행은 전 고객의 수익률 데이터를 분석해 원인 분석과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수익률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형 IRP 비보장형에서는 광주은행이 7.96%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도 IRP 부문에서 7.44%의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금융당국이 DC형과 IRP 계좌 간 실물이전 제도 도입을 예고한 상황에서 퇴직연금 유치를 둘러싼 업권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물이전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계좌 내 운용 중이던 상품을 매도(해지)하지 않고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좌로 옮길 수 있는 서비스다.

각 은행들은 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출시, 퇴직연금 전문 상담센터 확대 등을 통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금융권 최초로 AI 기반 로봇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서비스를 도입했고 카카오톡 기반 ‘하나MP 구독서비스’도 선보였다.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통해 VIP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 1월 ‘나의 퇴직연금’ 플랫폼을 개편하고 ETF 거래 프로세스 간소화, 은행권 최다 190개 ETF 상품 라인업 등 퇴직연금 고객 수익률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퇴직연금 AI 투자일임형 서비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이 은행권 비이자이익 확대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면서 “수익률 제고는 물론 편의성 확대를 위해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