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최근 식품업계가 오너리스크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각 기업 오너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가맹점 대상 갑질은 물론 횡령·배임 등으로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실적 하락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이들은 결국 매각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반면 또 다른 기업의 경우 지역 농가와 상생하는 착한기업 이미지를 적극 내세워 경쟁사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등 올바른 경영 행보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 미스터피자, 오너리스크로 30년 만에 ‘불명예’ 매각
미스터피자, 남양유업 CI
24일 업계에 따르면 피자 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이 국내 사모펀드 티알(TR)인베스트먼트에 매각될 전망이다.
MP그룹은 지난 22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티알인베스트먼트를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티알인베스트먼트는 이날부터 한 달간 계약에 대한 배타적인 우선협상권을 갖는다. 앞으로 2주간 실사를 통해 최종 매매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한다.
티알인베스트먼트는 MP그룹 지분 41.3%를 총 350억원에 인수한다. 우선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1000만주(12.37%)를 150억원에 받는다. 또 신주 발행 방식으로 4000만주를 200억원에 유상증자한다. 증자가 완료되면 티알인베스트먼트는 지분율 41.3%로 1대 주주가 된다. 정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8.92%에서 24.4%로 내려가 2대 주주로 남게 된다.
앞서 MP그룹은 2016년 최대주주인 정 전 회장의 경비원 폭행, 갑질 사건이 일어나며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한때 매장이 400개를 넘어서며 피자 브랜드 1위 자리를 고수했지만 지난 1분기 말 252개로 줄어든 상태다. 매출도 2017년 1452억원에서 지난해 1099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영업적자 25억원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적자를 시현했다.
이 같은 적자에 결국 상장폐지 대상에 올랐고 여러 차례 상장폐지 심사를 받았다. 경영 개선 계획 일환으로 2018년 말 정 전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경영 포기 각서 등을 제출하는 등 최대주주의 경영권 포기 확약을 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재차 상장폐지 대상에 올랐고 이에 따라 2017년 이후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남양유업도 최근 경쟁사 비방 배경에 홍원식 남야유업 회장이 지목되면서 휘청이고 있다. 현재 홍 회장은 지난해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쟁사와 경쟁사 제품을 비방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게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달 22일 홍 회장의 개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 지난 5일 홍 회장을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홍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이 경쟁사와 경쟁사 제품을 비방하는 글을 지시했거나 혹은 묵인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만약 홍 회장이 경쟁사와 경쟁사 제품 비방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수사에서 밝혀진다면 남양유업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외면 또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상대로 물량 밀어내기 등의 ‘갑질횡포’,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의 마약사건으로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각 사건마다 소비자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실제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태가 보도된 이후 남양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다시금 재점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갓뚜기, 착한 기업 이미지로 ‘대박’ 행진
오뚜기 CI
반면 오뚜기는 착한 기업 이미지로 연거푸 대박을 터뜨리며 경쟁사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진비빔면’과 리뉴얼 제품 ‘오동통면 한정판’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어서다.
우선 오뚜기는 지난달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완도 다시마 농가를 돕기 위해 ‘오동통면’을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지난달 11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SBS 예능 ‘만남의 광장’에 출연해 “완도 다시마가 2년치 재고 2000톤(t)이 그대로 쌓여 있다”며 “라면 회사에서만 다시마를 한 장씩 더 넣어줘도 엄청날 텐데 생각난 김에 한 번 해보자”고 함영준 오두기 회장에게 제안, 이를 함 회장이 받아들이면서 출시됐다.
당시 한정판으로 준비한 제품(초도 물량 25만 박스)이 완판되는 등 큰 인기를 끌자 오뚜기는 다시마 2장이 들어간 제품을 추가 생산했다. 이렇게 한달 동안 판매된 오동통면의 수량만 무려 1000만개에 이른다.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판매가 늘어났다.
백 대표가 다시마 구입과 관련해 오뚜기에 SOS를 요청한 것은 ‘진비빔면’ 인연 때문이다. 백 대표는 오뚜기가 지난 3월 여름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진비빔면 광고 모델로 발탁, 활약 중이었다. 진비빔면은 백 대표를 모델로 내세우면서 출시 2개월만에 2000만개를 판매하는 등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오뚜기의 행보를 두고 선한 영향력이 선순환된 긍정적인 사례라는 분석이다. 다시마 농가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기업이 나섰고, 기업의 선한 움직임을 인정, 소비자들이 구매로 격려했다는 것이다.
이런 선한 이미지는 실제 기업 매출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4월 13~16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남녀 1000명(20~59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4%가 오뚜기 진라면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업계 선두인 농심의 신라면(23.5%)을 앞선 것. 향후 어떤 라면을 살 것인지 묻는 질문에서도 진라면(24%)이 신라면(20%)를 앞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업계의 경우 독주 체제보다 경쟁 체제로 진행되는 만큼 기업 이미지는 생명과 같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해당 기업의 제품이 아니더라도 다른 선택권이 많아 기업 이미지가 경영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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