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약관에 없는 내용 들이밀며 소송..'직접목적 수술' 문구 화제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9.05 14:46 | 최종 수정 2019.09.06 08:55 의견 0
삼성생명이 핀제거 수술과 관련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며 계약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물의를 빚고 있다. 약관에 적시되지 않은 사항을 이유로 소송전을 벌여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진은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삼성생명이 생명보험 시장에서 '공공의 적'으로 다시 떠올랐다. 자살보험금, 즉시연금에 이어 암보험까지 지급을 미뤘던 삼성생명은 최근 발가락 핀 제거 수술을 받은 계약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는 소송의 제기 이유가 모호하는 데 있다. 계약자와 삼성생명 측이 맺은 계약서의 약관에는 '핀 제거 수술은 제외한다'는 내용이 없다. '직접 수술'이라는 항목으로 계약 내용을 적시했을 뿐이다. 당연히 계약자는 이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보험업계와 시민단체는 삼성생명의 '꼼수'라고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약관에 적시하지 않은 사항이기 때문에 핀 제거 수술에 대한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유사한 사례에서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많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발가락 핀 제거 수술을 받고 수술특약 보험금을 청구한 가입자 A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발가락 통증으로 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은 뒤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삼성생명은 핀 삽입 수술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했으나 핀 제거 수술은 약관상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A씨는 발가락에 삽입한 여러 개의 핀을 한 번에 제거하지 않고 하나씩 나눠 제거하는 방식으로 매회 보험금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한국정경신문의 해명 요청에 '직접목적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답변했다.

삼성생명은 계약자와이 약관에 대해 "수술급여금의 지급사유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심질환·뇌혈관질환, 여성특성만성질환, 골절·골다공증, 상피내암 또는 부인과질환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여 수술을 받았을 때, 또는 암보장책임개시일 이후에 암으로 진단확정되고 그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여 수술받았을 때"라며 "이 계약에서 ‘수술’이라 함은 질병 또는 재해로 인한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입원하여 수술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핀제거 술술은 만성질환 치료가 아니며 또한 그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소송을 진행했다는 취지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약관에는 보장 내역에 대한 설명만 있는 게 통상이다"며 "핀제거 조항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법적 다툼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보험업의 특성상 비전문가인 계약자를 보호하고 보험사의 일방적인 해석을 경계하기 위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일명 약관 해석의 원칙)'이 있는데 삼성생명의 이번 조치가 통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삼성생명이 '직접목적'만 인정한다는 것은 '간접목적'에 해당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보험금 주기 싫다는 것으로 밖에는 비춰지지 않는다"며 "약관에도 없는 조항이니 계약자는 계약 당시 설명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보험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이 보험사들의 '직접목적'이라는 모호한 규정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오 국장은 "보험사들이 자신들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직접목적'이라는 용어를 약관에서 없애야 한다"며 "삼성생명은 유사한 사례 발생에 대비해 선례를 남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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