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삼성 공채 방식..수십만명 응시 고사장 대신 온라인 전면 전환 유력

최태원 기자 승인 2020.05.31 10:10 | 최종 수정 2020.05.31 18:05 의견 0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 (자료=MBN뉴스)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삼성그룹이 올해 하반기 이후 공채도 온라인 방식으로 치르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앞서 삼성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30일과 31일에 걸쳐 신입사원 공채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삼성 관계자는 31일 "이번 첫 온라인 시험 과정을 면밀히 평가·분석하고 혹시 모를 문제점 등을 보완해 하반기 이후 공채에 온라인 필기시험을 제도화할 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향후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코로나 이후에도 온라인 시험을 어떤 방식으로든 지속할 방침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 경영진도 '4차 산업혁명 시대' 채용 혁신 필요성 공감

삼성그룹은 이번 온라인 시험에서 우려됐던 부정행위나 프로그램상의 큰 오류는 없는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온라인 시험으로의 전면 전환 추진은 그간 GSAT를 치르는 과정에서 대규모 현장 시험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 문제에 대한 고민이 컸기 때문이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에 걸쳐 한꺼번에 수 만 명에 달하는 응시생들이 전국의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 회사는 물론 수험생들에게도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일례로 지난 2014년 당시 삼성은 주요 그룹사가 한꺼번에 인재 채용에 나서면서 반기별로 각각 10만명, 연간 20만명에 달할 정도였다.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삼성은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약 80곳에 달하는 고사장을 빌려야 했다.

지난 2015년 하반기부터 삼성은 무분별한 필기시험 응시를 차단하기 위해 '직무 적합성 평가'를 도입해 활동 경험과 에세이 평가를 통과한 응시자만 1차 필기시험 기회를 줬다. 하지만 시험 문제지 제작과 고사장 확보 등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은 여전했다.

이번 온라인 채용에는 코로나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채용 혁신이 필요하다는 삼성 경영진의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관련 업계는 이번 삼성의 온라인 시험이 '비대면 채용'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삼성SDS의 최신 화상회의 솔루션도 큰 역할을 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감독관 1명이 응시자 9명을 꼼꼼히 감독함으로써 부정행위를 막았다.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도 있었다. 삼성은 이번 온라인 시험 응시자 전원에게 개인정보보호용 신분증 가리개와 스마트폰 거치대, 영역별 문제 메모지 등 시험에 필요한 도구들을 담은 키트를 제공했다. 이 물품 제작과 우편 발송비는 전국의 고사장을 빌리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소요됐다.

■ "모니터 시험지에 집중력 하락·성적 변별력 보완 필요"

응시생들 역시 상대적으로 편했다. 코로나 감염 우려와 교통비 부담 없이 멀리 떨어진 고사장을 찾아가지 않은 채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4차 혁명에 맞는 새로운 채용방식을 찾던 삼성이 계열사들이 보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코로나가 앞당긴 온라인 채용을 앞으로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물론 아직 온라인 시험에 익숙지 못한 응시자들의 불만 사항은 향후 삼성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일부 응시생들은 종이가 아닌 모니터로 시험지를 보는 것이 익숙지 않아 문제와 지문을 한눈에 보기 어려워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응시생의 변별력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GSAT 시험 과목은 언어논리, 수리논리, 추리, 시각적 사고 등 4과목이다. 삼성은 이번에 장시간 집중이 어려운 온라인 시험의 특수성을 고려해 수리논리와 추리 2과목으로 축소해 시험을 치렀다. 시험 시간도 종전 115분에서 60분으로 줄였다.

한 응시생은 "추리는 난이도가 평이했지만 수리는 중상 이상으로 어려웠다"며 "수리 한 과목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구조여서 시험 과목을 늘리는 등 변별력을 높이는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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