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도 문제네"..거래소, '삼성전자 시총 30% 상한제' 수시적용 검토

장원주 기자 승인 2020.01.22 08:53 | 최종 수정 2020.01.22 08:54 의견 0
한국거래소가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 '시총 30% 상한제' 조기 적용을 검토함에 따라 1조원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이 시중에 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료=삼성전자)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한국거래소가 대형주로 구성된 코스피200에서 특정 종목 비중이 30%를 넘지 않도록 수시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정이 이뤄질 경우 삼성전자 주식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와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등에서 대규모 삼성전자 물량이 쏟아져 시장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거래소 관계자는 "지수의 분산효과,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한 종목의 비중이 30% 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상한제 적용과 관련 정기변경 이외에 수시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6월 정기변경 전에 비중을 줄일지 말지, 줄인다면 언제 줄일지 등은 미정"이라며 "만약 줄인다면 시장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측은 연초 삼성전자 주가의 고공행진으로 코스피200 내 비중이 일찌감치 30%를 넘어서면서 이대로 두면 증시 쏠림현상이 과도해질 것이란 점을 검토 배경으로 꼽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미 코스피200 내 시총 비중이 30%를 넘어섰고 올 들어 주가가 12%가량 급등(지난 20일 기준)하면서 다른 종목과의 격차를 계속 벌려가고 있다. 20일 현재 코스피200 지수 시총(878조2324억6400만원) 가운데 삼성전자의 시총(294조2864억100만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33.51%에 달했다.

시총 비중 30% 상한제(캡)는 시장이 특정 종목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코스피200 등 주요 주가지수에서 1개 종목의 시총 비중이 30%를 넘으면 비중을 강제로 낮추는 제도로 지난해 6월 도입됐다.

매년 3∼5월 또는 9∼11월 특정 종목의 평균 비중이 30%를 초과하면 6월과 12월 선물 만기일 다음 거래일에 해당 종목의 비중을 30%로 하향 조정한다.

거래소는 정기조정 외에 수시로 비중을 변경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계량적 방법은 정해진 바가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피200은 코스피100이나 코스피50과 달리 ETF 등 연계 자금이 많다 보니 자산운용업계에서도 30%를 초과하는 물량을 매입하는 데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가급적 시장 영향이 크지 않게 선물·옵션 만기일과 맞춰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물·옵션 만기일에는 프로그램 매매 물량이 급증하는 등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다음 거래일부터 시총 캡을 적용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기 시총 캡 적용으로 ETF 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매각해야 할 삼성전자 물량이 최대 1조원가량 될 것이란 추정이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 운용자금은 2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현재 초과분인 3.5%를 한 번에 해소하려면 7500억~1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매도 물량이 갑자기 시중에 풀릴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수산출 방법론에 정기 변경 기간이 아니더라도 한 종목 비중이 급박하게 높아지면 수시로 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지만 그 구체적 방법이 규정돼있지는 않다"며 "상한제를 수시 적용할지 여부는 운용사나 연기금 등 이해관계자와 여러 전문가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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