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사태 법정공방 예고.. 코오롱 이웅열 전 회장도 수사 받나

김성원 기자 승인 2019.05.29 12:02 | 최종 수정 2019.05.29 14:44 의견 0
이웅열 코오롱 전 회장 (자료=한국정경신문)

[한국정경신문=김성원 기자] 세계 최초의 국산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및 형사고발 방침과 관련, 코오롱생명과학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해 법적 대응의사를 밝히면서 양측의 소송전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특히 식약처가 코오롱 측의 고의 은폐 혐의까지 거론하자 당시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를 맡았던 이웅열 전 회장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높아지고 있다.

■성분 바뀐 사실을 알고도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정황

2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8일 '인보사'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자료가 허위로 밝혀짐에 따라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주사액이다. 하지만 개발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이 신약 허가를 받기 위해 허위로 자료를 제출하고, 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고도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고 식약처는 확정했다. 

식약처는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가 허위로 밝혀진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식약처가 인보사 2액에 대해 유전학적 계통검사를 진행한 결과, 2액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였다는 것. 2액에서는 신장세포에서만 발견되는 '개그' 유전자와 '폴' 유전자가 검출됐다. 이 가운데 일부 세포는 종양(암)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가 허위라고 결론 내렸다.

■"완벽하진 않지만 조작, 은폐는 없었다"는 코오롱

사실상 '인보사 퇴출'이라는 결정을 내린 식약처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식약처의 실사와 자료 제출 요구, 현장실사에 최선을 다해 협조했다”며 “17년 전 신약 개발에 나서 초기 개발단계의 자료들이 현재 기준에 부족한 점이 있어 완벽하지 못하지만 조작이나 은폐는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코오롱생명과학은 “취소 사유에 대해 회사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향후 절차를 통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법정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조사를 통해 허위 자료를 제출해 '인보사'가 허가를 받았다는 판단을 받게 되면 코오롱생명과학은 물론 코오롱 그룹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인보사'는 바이오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온 코오롱그룹이 보유한 유일한 신약이기 때문이다.

'인보사'는 1남 2녀를 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20여년 전부터 ‘네 번째 자식’이라고까지 해가며 애지중지해 왔다. 이 전 회장은 1996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후 바이오·제약부문을 육성하면서 1999년 미국 메릴랜드주에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하고 이듬해 국내에 코오롱생명과학을 세웠다. 이후 20여 년간 1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뒤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인보사'의 시판 허가를 받은 바 있다.

■허가 취소에 주식거래 정지 이어 상장폐지까지 거론  

‘인보사’의 품목허가가 취소됨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이 약을 개발한 미국 코오롱티슈진은 물론이고 인보사를 생산·판매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식 거래를 정지 시켰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 1년 반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 전 회장이 지분 49.74%를 보유한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은 코오롱생명과학(20.35%)과 코오롱티슈진(27.26%)의 최대 주주다. 이 전 회장은 코오롱생명과학(14.40%)과 코오롱티슈진(17.83%)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상장과 관련한 제출서류 내용 중 중요 사항의 허위 기재나 누락이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되면 상장폐지를 할 수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11월 코스닥 상장심사용으로 제출한 자료가 허위로 밝혀졌기 때문에 상장폐지 대상일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만일 상장폐지 조치되면 주식 가치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면서 "지난 3월에 이미 '인보사 성분 논란'이 커졌는데 두 달이나 허송세월 했다는 지적도 있어 조만간 최종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발표에 대한 입장문'이 내걸린 코오롱생명과학 홈페이지 캡쳐 (자료=코오롱생명과학)

■이웅열 전 회장, 수사 대상 여부에 업계 관심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 여부에도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격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유가 이 전 회장이 '인보사 문제'의 심각성을 사전에 인지했기 때문이라는 설마저 업계에 파다하다. 이 전 회장의 아들인 이규호 전무는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사업부인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아직 '경영 수업중'이고 30대 중반의 '어린 후계자'이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발표로 코오롱의 고의 은폐가 기정사실화되자 당시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를 맡은 이 전 회장을 철저히 수사해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10년 3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 기간 코오롱티슈진은 3년간 정부 지원금 145억원을 받기도 했다.

코오롱생명과학 등에 대해 집단소송을 준비중인 소액주주들은 "64세에 불과한 이 전 회장이 돌연 총수 자리를 사퇴한 것은 인보사 사태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인보사 성분 변경 고의 은폐에 이 전 회장이 관여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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