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 210억원 반환 판결 후폭풍..배라·BHC·교촌 줄소송 가능성↑

피자헛,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 2심 패배..210억원 반환
대형 프랜차이즈 점주들도 소송 준비..업계 긴장감 확산
공정위, 구입강제품목 거래조건 변경 협의 고시..5일 본격 시행

서재필 기자 승인 2024.12.02 10:53 의견 0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재판부가 2심에서도 피자헛의 부당이득 판결을 내리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부당 차액가맹금에 대한 점주들의 소송 움직임과 함께 가맹점주 단체교섭권도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위는 2일 ‘가맹본부는 가맹점이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구입강제품목의 거래조건을 가맹점주에게 불리하게 변경시 가맹점주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구입강제품목 거래조건 변경 협의에 대한 고시’ 설명회를 서울 중구 LW컨센변 센터에서 개최한다.

피자헛 판결로 시작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간 갈등이 또 다시 불거질 것을 방지하고자 ‘구입강제품목 거래조건 변경 협의에 대한 고시’ 제정하면서 가맹사업법을 또 다시 손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거래조건을 가맹점주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가맹점주들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해당 고시는 지난달 28일 공포했고 이달 5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피자헛 판결로 공정위의 제재 범위가 넓어지고 일부 점주들의 소송 움직임도 감지되면서 프랜차이즈 업계는 연일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이다.

지난 9월 한국피자헛 점주 94명이 가맹본부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 2심에서 승소하면서 차액가맹금 분쟁이 불거졌다.

재판부는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로열티와 별개로 차액가맹금을 부과하면서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210억원 반환 판결을 냈다.

피자헛의 부당이득반환 판결이 공론화되자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도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 400여명, BHC 가맹점주 300여명 등은 가맹본부가 합의 없이 일부 식재료 도매가에 높은 마진을 붙였다며 소송을 준비 중이다. 교촌치킨·투썸프레이스·이디야커피의 일부 점주들도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지난달 27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피자헛 판결에 대한 가맹본부의 대응방안 검토 법률용역 결과발표’ 설명회를 진행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러한 점주들의 소송 움직임에 “피자헛 판결 때문에 프랜차이즈 업계가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이번 피자헛 소송은 로열티를 수취하고 추가로 차액가맹금을 추가로 수취하는 케이스로 정보공개서나 가맹계약서에 명시해놓지 않아 문제가 되었을 것”이라면서 “가맹계약서에 차액가맹금을 받는 구조를 명시해 놓긴 했지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피자헛의 소송 판결이 가맹본부에게 부담을 주는 판결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7월부터 공정위가 계약서에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명시했기에 이전 작성한 계약서에는 차액가맹금 부분을 명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피자헛 관계자는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중시해온 한국피자헛의 입장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법원 상고를 통해 다시 한번 법률적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가맹점주 측은 차액가맹금 관련 필수품목 지정에 앞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대화하려면 가맹점주들의 단체교섭권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자헛 판결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면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가맹점주 단체교섭권 안건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사의 이익이 물류마진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K-프랜차이즈의 특성에서 필수품목에 대한 문제점이 있다”며 “가맹점사업자에게 빠르고 정확한 내용의 정보공개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합리적인 필수품목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필수품목의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기준 등에 가맹점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여야 한다”며 “가맹본부들이 우려하는 복수단체 난립 우려, 과도한 협상요구 등 실무적인 부분은 구체적인 협의 시기·횟수·세부절차 등을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통해 합리적으로 규정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