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본사 이미지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간을 2틀 앞두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서고 있다. 법원이 2일 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최 회장이 1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는 2일 영풍 측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낸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인 자사주 매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고려아연은 2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공개매수 계획을 의결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주당 80만~85만원 선에서 자사주를 매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75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최 회장 측은 약 2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1조원 이상을 투입해 6%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현재 33.9%인 최 회장 측 지분율을 4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MBK·영풍 연합(33.1%)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효과가 있다.

자사주 매입과 더불어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 공개매수에도 나섰다. 최 회장이 설립한 제리코파트너스는 2일부터 21일까지 영풍정밀 지분 25%(383만7500주)를 주당 3만원에 매입하겠다고 2일 오전 밝혔다.

이는 MBK·영풍 연합이 제시한 2만5000원보다 20% 높은 가격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확보할 경우 최 회장 측은 실질적으로 3.7%의 의결권을 추가로 확보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MBK·영풍 연합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의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MBK·영풍 연합 측 관계자는 "법원 판단은 단순히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수관계인이 아니라는 것일 뿐"이라며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자체의 적법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고려아연이 정상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자사주 매입과 영풍정밀 지분 확보를 통해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양측의 추가 행보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정경신문 임윤희 기자 yunis1004@naver.com 임윤희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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