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삼양식품을 제외한 라면 업계가 생산원가 상승과 내수 침체로 울상이다.
19일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농심·삼양식품·오뚜기 모두 올 2분기 원재료 상승으로 매출원가가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매출원가는 기업이 상품을 제조하는 데 들인 원가를 말한다. 통상 원재료비부터 인건비, 제조경비 등이 포함된다.
매출원가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은 삼양식품으로 전년동기대비 25.72%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농심과 오뚜기 매출원가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7.74%, 1.04% 증가했다.
올해 초 식품기업들의 원재료 투입 비용이 조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다시 환율이 오르면서 원맥 수입 가격이 되려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으로 진입하면서 원맥 수입 부담이 고스란히 2분기 매출원가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부담과 다른 제반 비용 상승으로 매출원가가 상승했고 내수 소비가 부진해 상반기 실적을 내기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여파로 농심 2분기 매출은 860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437억원으로 18.6% 줄었다.
농심 측은 “매출 원가, 경영 비용 부담 증가와 작년 신라면, 새우깡 등 주요 제품의 가격 인하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가격 인하 여파로 올해 상반기 매출이 약 100억원 줄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도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859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1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6% 감소했다. 오뚜기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설탕, 주정, 팜유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이 영업익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다르게 삼양식품은 가장 높은 매출원가 상승을 기록했음에도 실적 상승세를 보였다. 삼양식품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 4244억원, 영업이익 8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48.7%, 영업이익은 103.2% 증가했다.
삼양식품 측은 이번 호실적이 해외실적에서 기인했다고 평가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통한 해외 매출확대 및 환율 효과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며 “주력 수출 품목인 불닭볶음면의 해외 매출 증가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양식품은 2분기 해외매출이 전년동기대비 74.9% 증가한 3321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3000억원을 돌파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78%까지 확대됐다. 미국법인 삼양아메리카는 주류 채널 입점 확대와 현지 내 까르보불닭볶음면 인기에 전년동기대비 125% 증가한 7140만 달러(한화 약 971억 4684만원)의 매출을 거뒀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아시아 중심이었던 수출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미국, 유럽 등이 해외부문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며 “최근 네덜란드 유럽법인 설립으로 주요 수출지역에 모두 판매거점을 갖추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과 오뚜기도 내수 부진에 해외 시장 개척에 더욱 힘쓴다는 방침이다. 농심은 지난 6월 울산 삼남물류단지에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물류센터 증축에 나섰다. 본격적으로 프랑스 대형 유통 채널 입점으로 수출 확대도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뚜기는 여전히 높은 미국 내 물가상승 여파로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 중심으로 해외 매출도 소폭하락했지만 수출용 라면 개발 등 현지화 전략으로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라면 외에도 해외에서 가정간편식(HMR), 소스·드레싱류 매출 성과가 좋아 해당 카테고리 수출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과 달리 농심·오뚜기는 아직 내수 비중이 높아 매출원가 상승 영향을 크게 받았을 것”이라며 “라면을 비롯해 국내 식품기업들이 해외 수출을 위한 생산라인을 늘리고 현지 유통채널 확대에 주력하면서 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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