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發 라면 가격 인하 가능성 적어..업계 “오히려 가격 인상 필요해”
오뚜기, 이달부터 편의점 짜슐랭 가격 14.3% 인하
농심·삼양·팔도 등 “당장 가격 인하 계획 없어”
원맥 수입가격 떨어져도 다른 제반 비용 상승
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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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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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최근 오뚜기의 짜슐랭 가격 조정으로 업계 전체가 라면 가격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오히려 업계는 당장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지난 1일 짜장라면 짜슐랭의 가격을 14.3% 내렸다. 봉지면 1개를 기촌 1400원에서 1200원으로, 5개 묶음 제품은 7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하했다. 다만 가격 조정은 편의점 채널에만 한정된다.
오뚜기의 가격 인하로 라면업계 전체가 가격 조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업계는 현재 상황에서 가격 인하는 사실상 녹록치 않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농심·삼양식품·팔도 등은 “당장 라면 가격 인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는 원맥 수입가격이 지난해 1톤당 52만 8868원에서 50만 6090원으로 4.3% 감소했지만 당장에 가격인하로 연결되기는 어렵고, 이외 투입되는 에너지, 인건비, 물류비 등 다른 자원이 상승하면서 오히려 가격 상승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원맥 가격 하락과 다르게 올 1분기 기준 업체별로 라면에 투입되는 소맥분 원재료 매입액은 전년동기대비 증가했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1분기 라면 원재료인 소맥분 매입액은 전년대비 각각 11.14%, 삼양식품 13.08% 증가했다. 오뚜기는 라면제조 계열사인 오뚜기라면의 지난해 매출원가가 전년대비 5.9%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올해도 라면 가격 하락 여지는 적은 것으로 관측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7월 들어 집중호우 등 기상악화로 농산물 가격이 전월비 0.9%, 전년동월비 9.0% 올라 강세를 보였고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석유류 가격도 전월비 3.3%, 전년동월비 8.4% 상승했다.
다만 정부가 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업계를 압박하는 강도도 거세기 때문에 가격 인상도 쉽지 않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장·차관들이 연이어 식품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며 물가 안정을 위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오뚜기도 이번 가격 인하는 소비자 물가 부담 완화 차원도 있지만 짜슐랭 브랜드의 소비자 취식 경험을 강화하고 인지도를 넓히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밝혔다. 국내 짜장라면 시장에서 농심의 짜파게티의 점유율이 80%에 달하고 있어 짜파게티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다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따라 대형마트 등 유통 채널과 협업한 할인행사를 통해 체감 물가를 낮추는 방안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앞서 지난해 7월 정부 압박으로 한 차례 라면 가격을 인하한 바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7월 정부 기조에 따라 라면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내렸다. 같은 시기 농심은 신라면 출고가를 4.5% 인하했고 삼양식품도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내렸다.
올해 1분기에는 대다수 식품기업들이 호실적을 거뒀음에도 이미 치솟은 원재료 투입 비용에 대한 안정화 작업을 위해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눈치를 봤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맥분 수입가는 내렸다고 하지만 다른 제반 비용이 상승해서 라면 가격은 당장 인하는 어렵다”며 현시점에서는 사실상 인상이 필요한데 서민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해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이 강하지만 유통 채널에서의 판매가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가격인하 효과를 주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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