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비급여 항목의 관리 체계가 미흡한 가운데 한방병원에서 진행된 자동차보험의 비급여 진료 보험금 지급액이 10년새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의료기관과 소비자의 비급여 과잉진료로 실손보험금 누수 문제도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어 관리 체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한방 진료비 중 비급여 지급액은 10년 새 5.1배 증가한 4975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동차보험을 청구하는 한방병원과 이용 환자가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자료=연합뉴스)

11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 중 비급여 항목으로 지급된 금액이 총 4975억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975억원인 것과 비교해 10년 새 5.10배 증가한 것이다.

비급여 항목별로 약침은 143억원에서 1551억원으로 10.8배 급증했다. 이어 물리요법은 7.7배 상승한 642억원, 첩약은 3.7배 증가한 2782억원으로 확인됐다.

한방병원의 자동차보험 진료비 증가는 청구 병원 수와 환자가 늘어난 것이 주원인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을 청구하는 한방병원은 10년 새 224개소에서 534개소로 138.4% 증가했으며 이용 환자는 지난해 162만8905명을 기록했다. 반면 일반 병·의원을 이용 환자는 145만265명으로 한방병원보다 18만명 가까이 적었다.

일부 한방병원에서 경상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급여 과잉진료가 진료비를 급증시켰다는 평가도 나왔다. 비급여 진료의 경우 의료기관이 임의로 가격을 정할 수 있어 경증환자 대상으로 다수의 처치를 동시에 진행하는 세트진료를 제공해 진료비와 보험금 지급액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이 자동차보험의 비급여 보험금이 크게 증가했지만 실손보험에서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5대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1~5월 실손보험 비급여 지급액은 2조2058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했으며 전체 실손보험 지급액 3조8443억원 중 57.4%를 차지했다. 5대 손보사의 실손보험 1분기 손해율도 지난해 대비 1.7%포인트 상승한 128%를 기록했다.

누적된 적자에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손보사도 크게 줄었다. 출시 초반에는 30곳의 보험사가 실손보험을 판매했지만 현재 17개 보험사에서만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의료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신의료기술로 등록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실제 3월 각 의료기관장이 건강보험공단이 지정한 정보통신망을 통해 보고한 비급여 항목은 1년 새 474개 증가한 1068개에 달했다.

이에 과잉진료를 방지하고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선 실손 개혁과 함께 비급여 관리 체계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 역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 보고 대상을 전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며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의료 개혁으로 인한 의·정 갈등 여파로 일부 의사들의 반발이 있었으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 중 95%가 비급여 보고제도에 참여했다. 보고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보건법에 따라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어 다수의 의료기관이 정부 지침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수집된 정보는 분석을 통해 비중증 남용 우려 비급여 관리를 위한 정책 근거로 활용될 계획이다. 특정 치료와 수술에 필요한 비용과 진료의 안전성·효과성 등은 하반기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게시될 예정이다.

권병기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정책관은 “올해 의원급 이상 전체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비급여 보고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며 “수집된 보고 자료를 분석해 국민들의 실질적 의료이용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인 소통과 제도보완을 통해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보고체계에 대부분의 병·의원이 참여해 추후 관련 정보가 쌓이면 가격과 같은 부분은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지만 비급여 관리와 과잉진료 문제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선 비급여 항목 이용 횟수를 상해 정도에 맞춰 정하는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