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M상각률∙무사고 환급 점검하는 금융당국..보험업계, 혁신 활동 제한 ‘우려’

금융당국, IFRS17 제도 변경 예고..CSM 상각률 방식 재검토
보험개혁회의, 무사고 환급 혜택 논의..기초서류 해석 ‘점검’
보험업계, 잇따른 상품 점검·회계 지도에 혁신 위축 걱정

우용하 기자 승인 2024.06.11 11:15 | 최종 수정 2024.06.11 11:51 의견 0

[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금융당국이 회계제도 개선과 무사고 환급 서비스 점검에 나서며 보험업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지나친 통제가 자체적인 개혁과 혁신 시도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CSM 상각률 산정 방식과 무사고 환급 서비스에 대한 점검을 진행한다. (자료=연합뉴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분기 결산이 나오는 8월 전에 보험계약마진(CSM) 인식 관련 제도 개선을 진행할 계획이다. 새 회계기준인 IFRS17 제도 아래서 보험사들이 CSM 통해 실적을 부풀렸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쟁점이 된 부분은 CSM 상각률 산출 방식이다. 현재 보험사들이 적용하고 있는 방식은 고객관점 산출법이다. 이 방식은 보험사가 계약을 통해 얻는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반영한다.

금융당국은 고객관점 산출법에서 보험사들이 CSM 상각률을 의도적으로 조정해 초기 이익이 높게 나오도록 해 실적을 부풀린 것으로 보았다. 또 보험사들이 CSM 확보를 위해 단기납 종신보험과 장기인 보험 판매 활동 중 과당경쟁을 펼친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보험개혁회의 산하 신회계제도반을 중심으로 CSM 관련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고 상각률 산정 방식을 조정할 계획이다.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이 말한 실적 부풀리기를 두고 협회 차원에서 해명을 진행했다. 지난 3일 생명·손해보험협회는 IFRS17 회계제도 준비와 시행 전반에 걸쳐 외부 전문가와 협의해 결산 프로세스와 방법론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생·손보협회는 “현재 최선의 추정을 통해 CSM을 산출하고 있다”며 “보험회사의 재무제표는 독립된 감사인의 엄격한 확인을 거쳐 공개되는 정보로 회사가 인위적으로 조작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CSM 상각률 제도 개선에 더해 금융당국은 무사고 환급 서비스도 보험개혁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사고 환급 서비스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여행자보험에서 처음 선보인 서비스로 여행 후 무사고 귀국 시 보험료의 10%를 환급해 주는 혜택이다. 해당 상품은 출시한 지 1년도 안 돼서 누적 가입자 수 130만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환급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자 다른 손해보험사들도 관련 혜택을 추가하며 여행자보험 상품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 같은 환급 서비스가 보험의 기본원리에 어긋날 수 있다고 보고 논의에 나섰다. 보험의 기본 원리가 사고를 보장해 주는 것인데 사고가 나지 않은 경우 환급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고객을 모집하는 것은 부당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무사고 환급이 보험료에 선반영 됐는지도 주요 확인 사항으로 꼽힌다. 보험료는 순보험료와 사업비 보험료로 구성되는데 사업비 보험료에 무사고 환급을 반영했는지가 기초서류 위반 여부를 둘러싼 핵심 쟁점이다.

금융당국이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보험사의 회계와 상품을 잇달아 지적하자 일각에선 보험사의 혁신 시도가 위축될 수 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무사고 환급 제도는 보험사가 스스로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제공한 만큼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가 새로운 상품 개발과 시도에 대한 보험사의 의지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개혁회의가 출범 후 개혁과 혁신 활동보단 보험사에 대한 지적· 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보험업계의 변화를 위해 회의를 출범시킨 만큼 보험사가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신뢰해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국이 새로운 금융 상품을 들여다보고 논의하는 것은 경쟁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고자 가이드라인을 형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이드라인이 만들어 지면 제한되는 부분도 분명하지만 보험사들 역시 제약 안에서 새로운 변화를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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