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방경만 선임 불발시 경영공백 사태..국민연금 누구 손 들까

FCP 이어 ISS도 방경만 선임 반대..기업은행 반대표 예고
KT&G 측 ISS-FCP 공모 가능성 제기..신뢰성 논란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KT&G 지배구조 집중

최정화 기자 승인 2024.03.18 11:23 | 최종 수정 2024.03.18 11:34 의견 1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자료=KT&G)

[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KT&G 내외부 간 신경전이 날로 고조되는 가운데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의 차기 사장 선임을 놓고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최대주주에 이어 글로벌 자문사까지 방 수석부사장의 사장 선임 반대 공세에 나서고 있어 안건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장 후보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 선임이 부결될 경우 경영공백 사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KT&G와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간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의결권자문사인 ISS가 FCP 손을 들면서 KT&G는 법적 조치를 예고한 상황이다.

KT&G 이사회는 지난 15일 ISS 보고서에 즉각 입장문을 내고 “ISS와 FCP 간 공모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ISS 분석은 상당 부분 FCP가 제공한 근거 없는 주장을 인용한 일방적 권고”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KT&G 측은 “FCP의 경우와 같이 허위사실들을 지속적으로 주장할 경우 기업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법적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KT&G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 (자료=KT&G)

■ ISS 신뢰성 논란..FCP와 공모 가능성 제기

ISS는 지난 14일(현지시간) KT&G 관련 보고서를 통해 방 수석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여기에 사외이사도 KT&G가 추천한 임민규 후보가 아닌 기업은행이 지지하는 손동환 후보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사실상 FCP 손을 들어준 셈이다.

ISS는 전 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 주총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글래스루이스와 함께 글로벌 양대 의결권자문사로 꼽히며 기관 투자자의 대다수가 의결권 행사에 ISS의 자문 결과를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ISS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ISS 설립자인 로버트 몽크스가 헤지펀드 방식을 지지해 온 만큼 행동주의에 기울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ISS는 지난 15일 열린 삼성물산 주총 안건인 배당정책과 관련해서도 행동주의펀드가 제안한 배당확대 주주제안에 찬성을 권고한 바 있다. 이날 삼성물산 주총에서 배당 확대안은 23%에 그쳐 부결됐다.

이번 ISS 보고서에서 방 수석부사장 선임에 반대하는 근거로 제시한 경영문제에 대한 자료 신빙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ISS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KT&G 궐련담배 수출과 전자담배(NGP) 수출 부문 영업이익이 각각 680억원과 570억원 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KT&G는 두 부문을 합산해 약 5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반박했다.

이상현 FCP 대표도 지난 14일 웨비나에서 “사업적, 재무적으로 경영진의 판단 미스가 너무 많다”면서 “시가총액의 약 58%가 현금성 자산으로 자본 배치가 비효율적이고 영업이익 절대 금액도 지난 2016년 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추락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방 수석부사장 부임 후 수원분양사업 종료 등 부동산 부문에서 일시적 수익 감소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4% 성장했다”며 “3대 핵심성장사업(글로벌CC·NGP·건기식)은 2021~2023년 20% 성장했고 해외궐련 등 작년 글로벌 담배사업 영업이익은 2021년보다 55.6%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은행의 방 후보 사장 선임 반대에 대해 “대안 제시도 없는 상태에서 대표이사 선임이 부결되면 경영공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과 헤지펀드가 동시에 ISS와 컨설팅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ISS는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국민연금 캐스팅보트될 것..지배구조가 키

기업은행이 방 수석부사장 선임 반대 입장을 밝힌 만큼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가 될 전망이다.

KT&G 최대주주는 지분 7.11%를 보유한 기업은행이다. 2대 주주는 국민연금으로 6.2%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KT&G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며 주주 의사 결정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

앞서 FCP는 반대표를 얻기 위해 국민연금에 의결권 행사 촉구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꾸준하게 소유 분산 기업의 임원 선임의 경우 내외부인 차별 없이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투명한 절차에 따라 선임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KT&G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지분이 분산돼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에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 KT&G의 지배구조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관측된다.

방 수석부회장이 단독 사장 후보인 만큼 선임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하지만 KT&G가 지배구조 논란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이 ISS의 권고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렇게 되면 KT&G는 경영공백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KT&G는 오는 28일 KT&G 본사인 대전광역시 인재개발원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이사 후보는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사내이사, 대표이사 사장 후보)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사외이사 후보) ▲손동환 성균관대 교수(사외이사 후보) 등 총 3명이며 이중 두 명이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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