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비기한 전면 시행 첫 주..포장재 표시만 바꾸면 실효성은

1일부터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전면 시행
소비자 알 권리·환경개선·처리비용 감소 등 긍정적
변질 책임 등 제조사 보수적 적용..기간 변동 거의 없어
유통·보관 등 관리 기준 재설정 필요

최정화 기자 승인 2024.01.05 07:00 | 최종 수정 2024.01.05 09:53 의견 0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자료=롯데마트)

[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이달 1일부터 소비기한이 전면 시행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년 간 계도기간을 거쳐 도입한 제도인 만큼 마트와 슈퍼 등에 진열된 해당 품목들은 모두 소비기한 포장재로 이미 옷을 갈아입은 상태다. 당초 시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제조사와 유통사, 소비자 간 별다른 잡음 없이 순조롭게 출발하는 분위기다.

소비기한 표시 대상은 유통기한이 적용된 모든 제품이다. 다만 환경에 따라 변질 가능성이 높은 흰 우유는 2031년부터 소비기한을 적용한다. 소비기한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거나 변조하는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할 경우 품목제조정지 또는 영업정지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유통기한이 식품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유통될 때까지 허용되는 기한이라면 소비기한은 표시된 조건에서 보관하면 소비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간을 말한다. 즉 소비기한은 소비자 입장에서 실제 섭취 기간을 알려주는 소비자 중심 제도다.

정부와 제조사는 1년 동안 맛 품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소비기한을 정하는 연구와 실험을 지속한 끝에 각 품목에 적합한 품질안전한계기간을 도출했고, 현재 해당 제품들에 이를 반영한 상태다. 품질안전한계기간은 식품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지키는 전제로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최장 기한을 의미한다. 유통기한은 품질안전한계기간의 60∼70%(안전계수 0.6~0.7), 소비기한은 80∼90%(안전계수 0.8~0.9)로 정했다.

그간 유통기한은 식품 섭취 가능 기간을 의미하지 않지만 지나면 버려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버려지는 식품 폐기량은 연간 548만톤이다. 이는 축구장 100개 규모에 해당되며 처리 비용은 매년 1조960억원에 달한다. 식약처는 소비기한 도입으로 식품 폐기가 줄어 소비자는 연간 8860억원, 기업은 연간 260억원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감소 등까지 고려하면 연간 약 1조원 비용 감축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마트 여의도점에 진열된 풀무원 두부 포장재에 소비기한이 표시돼 있다. (자료=최정화 기자)

■ 변질 책임 우려에 제조사 보수적 적용..소비기한 실효성 의문

식품 폐기물을 줄여 환경개선은 물론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까지 감소하는 것, 소비자 입장에서 알 권리를 제공하는 것 등은 긍정적이다.

다만 실제로 유통기한과 비교해 소비기한이 연장되는지 여부는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과 보관 관리 기준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변질 클레임이 발생할 경우 온전히 식품 제조사가 책임져야 한다. 이 때문에 제조사가 소비기한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기존 유통기한과 크게 바뀌는 게 없게 돼 소비기한 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기한을 늘려야 하는데 회사 제품 대부분이 이미 안전계수가 0.78로 이미 늘릴 만큼 늘려놓은 상태라 유통기한을 최대한으로 찍어나간 경우가 많다”며 “소비기한을 적용해도 애초 유통기한 때도 길게 잡았던 거라 사실상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포장재를 전부 다 교체하는 데 추가 비용이 들어 비용적인 문제는 있었다고 덧붙였다.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소비자 안전 등을 고려해 소비기한을 보수적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다”며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포장재 이름만 바뀌고 실제 기한은 변경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한기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식품 폐기물 감소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의 유통기한 표시 대신 소비기한 제도가 도입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식품업체는 식품의 가공, 유통, 판매 등의 전과정이 소비자에게 안전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고 식약처 등 정부는 식품업체들이 이를 잘 준수하고 있는지 소비자 안전에 위해가 되지는 않는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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