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텀 2024] 금융권, 새해 벽두부터 부동산 PF·홍콩ELS 시험대

금융당국·금융지주 수장들, 금융환경 불안 우려
“부동산 PF·2금융권 건전성 등 불안요소로 작동”
상반기 은행권 H지수 ELS 5.9조원 손실 현실화
금융당국TF 가동..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 규모 관건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1.03 11:30 의견 39

세계평화의 모멘텀이 되는 한 해다. 전 세계적으로 30억 명의 인구가 유권자가 되어 선거를 치르는 것이 세계평화와 무관치 않다. 인플레이션은 진정될 것이며 금리인하 예측에 힘이 실린다. 거대 기술기업의 성장은 분야별로 세분화된 AI가 이끌 전망이다. 2024년은 팬데믹과 전쟁 등으로 침체됐던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한 해로 기대된다. 침체일로이던 경제 모멘텀이 될 해인만큼 기업들의 새해 기조도 힘차다. 분야별 기업들이 내놓는 2024년 사업 계획과 신년사를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새해 벽두부터 금융당국과 금융권 수장들이 금융환경의 불안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건전성 위험이 대두되고 있고 6조원 규모의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현실화되면서 은행들의 리스크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금리 하락이 예상되나 하락 시기와 속도가 여전히 가변적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PF, 제2금융권 건전성, 가계부채 정상화 및 안정화를 더욱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그간의 시장안정조치를 필요시 시장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확대·보완하고 금융산업별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며 기업구조조정 역량 확충과 선제적 위기대응체계 정비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신년사에서 “장기간 누적된 고금리의 영향으로 대내외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잠재된 부실의 위험이 가시화되는 등 올해도 경제여건인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내적으로 과도한 가계·기업부채와 부동산 경기 리스크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금융지주 수장들의 진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미·중 갈등, 지정학적 리스크, 부동산PF 부실 우려 등에 따른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짚었고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금융권 대응에도 불구하고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상존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증가한 기업·가계부채와 한·미 간 금리차는 금융시장의 건전성, 유동성에 불안 요소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 수장들은 공통적으로 미중 갈등과,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외하고 대내적인 위험 요인으로 부동산PF 부실 우려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2021년 레고사태를 시작으로 곪아있던 금융권 부동산PF의 잠재적 부실이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태영건설 관련 금융권의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총 4조5800억원으로, 태영건설 직접 여신은 5400억원, 29개 PF사업장 익스포져가 4조300억원 규모다. 익스포져 대부분은 손실흡수능력이 양호한 은행·보험업권에서 보유 중이지만 2금융권이 보유한 익스포져 규모도 1조2000억원이 넘는다.

문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계기로 브릿지론(사업 초기 토지 매입 및 인허가용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은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개발 사업장 익스포져가 큰 회사를 중심으로 충당금 적립부담이 증가할 수 있으며 건전성 저하와 더불어 수익성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부동산PF 관련 수익성 감소와 대손비용 증가를 이유로 새마을금고 계열인 엠캐피탈의 등급 전망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 떨어뜨린 데 이어 최근 다올투자증권을 모니터링 대상 기업에 올렸다.

2금융권의 최대 리스크가 부동산PF라면 은행권은 홍콩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에 직면한 상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H지수 기반 ELS의 총 판매잔액 19조3000억원으로 이 중 은행권이 15조9000억원을 팔았다. 대부분이 H지수가 고점을 찍었던 2021년 이후 발행된 상품으로 녹인이 발생한 규모는 6조8000억원, 이 중 5조9000억원이 올 상반기 중 만기를 앞뒀다.

H지수 ELS 손실은 엄밀히 말해 은행이 아닌 고객의 손실이지만 금융당국이 ELS 판매시 적합성의 원칙이 지켜졌는지 여부 등 의구심을 드러냈기 때문에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안이 나올 수 있다.

금융당국은 홍콩 ELS 손실 현실화 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민원 및 분쟁조정,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및 조치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H지수 ELS 대응 태스코포스(TF)를 설치했다. TF 검사결과 은행의 불완전판매 등이 확인되면 관련 법규에 따라 합당한 구제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지주 수장들은 아직 홍콩 ELS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배상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큰 규모의 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한 KB금융의 양종희 회장은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현 시점에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고객 배상에 대해 “사안별 상황, 과거 사례, 감독 당국의 가이드라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해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를 강화했다.

신한은행이 고객 자산 심사·감리·사후관리 등 고객자산 관련 ‘3선 조직’에 해당하는 부서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내규 개정을 통해 준법감시인의 자격요건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은행도 복잡해지는 금융사고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영업점 준법·내부통제 관리 및 디지털 영역의 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등 준법·감사 조직의 역할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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