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국내 대형마트 양대 산맥인 롯데마트와 이마트를 보유한 롯데쇼핑과 이마트 신용등급 전망이 엇갈리며 희비쌍곡선이 그려진다.
29일 한국신용평가 회사채 평가현황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유통업태 내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와 각 업태 내 수위 시장지위, 양호한 수익창출력 등을 감안하면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반면 이마트는 이익창출력과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화된데다, 인수·합병(M&A) 등에 따른 투자자금소요 증가로 재무부담이 확대돼 향후 현금흐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대형마트(롯데마트), 백화점(롯데백화점), 슈퍼(롯데슈퍼), 전자제품전문점(롯데하이마트), 홈쇼핑(롯데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는 대형마트(이마트), SSM(이마트에브리데이), 편의점(이마트24), 온라인(SSG닷컴·지마켓·W컨셉코리아), 복합쇼핑몰(스타필드), 식음료(스타벅스·스무디킹) 등 유통 사업 외에도 건설(신세계건설)과 호텔(조선호텔앤리조트) 사업 등도 영위하고 있다.
■ 롯데쇼핑, 실적 회복세..우수한 대체자금 조달력
롯데쇼핑은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판매믹스 개선, 비용절감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년 수준의 이익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신평은 평가했다. 여기에 견조한 명품 수요로 패션, 코스메틱 소비가 증가하며 백화점 부문 매출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소비 침체 장기화 등으로 인해 산업 내 영업여건이 비우호적인 가운데서도 백화점 부문의 양호한 이익창출력과 할인점, 수퍼 부문의 구조조정 효과, 전사 비용효율화 기조 등에 힘입어 현 수준의 수익성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명품 수요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다변화된 수요 등이 백화점 판매고를 지지하고 있으며, 희망퇴직과 구매통합 등 할인점 부문 비용절감 성과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는 게 한신평 측 평가다. 또 온라인 부문의 높은 경쟁강도를 감안할 경우 영업이익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운영 효율화를 통한 점진적 실적 부담 완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소비패턴 변화와 온라인 채널 성장에 따른 유통채널간 경쟁심화 등 영업환경의 구조적 변화는 실적개선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홈쇼핑 부문은 새벽방송 정지 처분(2023년 2월~7월)으로 단기 실적 저하가 불가피하며 대체 플랫폼인 라이브 커머스 성장세, 송출수수료 부담이 수익성 저하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롯데하이마트도 온라인 수요 이전과 오프라인 경쟁강도 심화, 전자제품 수요 감소 등 영향으로 저조한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
서민호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수석애널리스트는 “전자제품 판매 부진과 홈쇼핑 부문에서의 약화된 이익기반은 수익성 개선 지연요인이다”라며 “홈쇼핑 부문은 TV 시청 감소, 송출수수료 부담 상승, 라이브 커머스 등장 등으로 수익성이 하향하는 추세다”라고 분석했다. 또 고금리, 고물가로 인한 가처분 소득 감소와 경기 둔화 국면 등 거시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내구재인 가전제품에 대한 구매 수요도 회복세로 전환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롯데쇼핑은 신규점 출점 또는 대규모 지분취득 계획은 없으나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마트 플랫폼 및 자동화물류센터 투자(2030년까지 총 투자금액 9500억원 규모)가 예정돼 있다.
지난 9월 말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조정순차입금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7.2배로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은 약 2조5000억원이다. 연간 1조5000억원 내외 영업창출현금 규모를 감안할 경우 향후 1년간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 원천은 약 4조원이다. 이는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차입금과 설비투자(CAPEX), 배당 금 및 이자비용 등 총 6조5000억원 자금소요를 충당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롯데쇼핑은 안정적인 사업기반과 영업현금흐름에 기반한 대외신인도를 바탕으로 만기도래 차 입금을 상당부분 차환하고 있다. 여기에 미사용 여신한도와 대규모 점포에 기반한 자산 담보력(2023년 9월 말 연결기준 유형자산 장부금액 14조9000억원, 관계기업·공동기업투자 장부금액 1조6000억원)이 재무융통성을 보강하고 있어 단기자금소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이마트, M&A 등 투자자금소요 증가..현금흐름 개선 부정적
한신평은 이마트가 공격적인 사업확장 등으로 외형 성장세는 유지하고 있으나, 영업수익성은 지난 2021년 이후 하락 추세며 최근 저하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력인 대형마트는 높아진 온라인 침투율과 근거리·소량구매 패턴 등으로 인해 업태 매력도가 저하됐고, 가양점과 성수점 등 주요 점포 매각·폐점도 이익창출력 약화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부문은 지마켓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확장전략을 펼쳤지만 높은 경쟁강도 하에서 대규모 영업 적자를 내고 있으며, 인수 과정에서 식별한 무형자산에 대한 상각비도 실적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공사원가 상승, 미분양사업장 관련 손실 등으로 인한 건설부문 실적 악화가 추가적인 연결 수익성 하락요인으로 작용했고, 진행 현장의 높은 원가율과 부동산 경기침체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건설부문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영업현금창출력 약화, M&A 등에 따른 투자자금소요 증가도 재무부담 확대 요인이다.
2021년 이베이코리아(3조6000억원, 이하 지분취득대금), W컨셉코리아 인수(2616억원), SCK컴퍼니(스타필드) 지분 추가 취득(4860억원) 등 M&A로 순차입금 규모가 약 4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후 가양점과 성수점 매각 등 연간 1조원 규모 자산매각과 외부투자 유치 등을 통해 재무부담을 통제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에도 미국 와이너리 취득과 부동산 개발 등 자금소요가 계속되면서 순차입금 증가 추세가 이어졌고 재무커버리지 지표는 M&A 이전 대비 상당 폭(2023년 9월 말 연결기준 조정순차입금/EBITDA, 5.7배) 상승해 지속되고 있다.
향후 현금흐름 개선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근거리·소량 구매패턴이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금리,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민간 소비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주력인 대형마트 부문의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온라인 사업은 이익개선에 중심을 두고 있지만 가격 비교가 용이한 채널 특성 상 판매이익이 높지 않은 가운데 주요 경쟁사 시장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영업이익 전환까지 상당한 시간과 경쟁력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
이마트는 내년부터 이마트(대형마트), 에브리데이(SSM), 이마트24(편의점)의 물류 및 구매 통합체계를 구축하고 비용효율화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관련 효익이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한 건설부문은 당분간 저조한 영업실적을 보이며 연결실적 하방요인이 될 전망이다.
송민준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영업현금흐름의 뚜렷한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무안정성은 더욱 저하될 수 있다"며 “유통업 내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부담과 부동산 개발관련 자금소요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신규 출점을 재개하고 핵심 영업자산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전환함에 따라 자산매각을 통한 대규모 자금 마련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