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내년 안팎 전망 엇갈려..내수 부진·수출 회복
내년 화장품 내수 성장 둔화..LG생건·아모레 4Q 더 ↓
한은, 8월 화장품 구매액 1829억원..팬데믹 전 밑돌아
화장품 수출 성장세..코트라 10%↑·진흥원 6%↑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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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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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내년 우리나라 화장품업계 내수와 수출 회복세가 엇갈릴 전망이다.
27일 금융업계와 보건업계에 따르면 내년 국내 화장품 시장 내수 경기는 올해와 비슷하게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화장품 수출은 중소 브랜드 성장세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경제통계시스템을 통해 지난 8월 한 달 동안 전국 소비자들이 개인 신용카드로 구매한 화장품 총액이 1829억원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발발 시점인 2020년 3월 1843억원보다도 낮은 수치다.
화장품 구매액은 지난해 2월 1514억원을 저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엔데믹(감염병 풍토병화) 전환에도 불구하고 아직 코로나 이전 월간 총액인 2000억원 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체 개인 신용카드 결제액이 지난 7월 62조298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화장품 대기업 양사도 내년 실적 회복이 더딜 것으로 봤다.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보고서에서 “전반적인 화장품 수요 둔화가 지속돼 단기간 내 성장세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예측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최근 화장품 시장은 기초와 색조 모두 다양한 중소형 브랜드들이 새롭게 진입하며 산업 내 경쟁이 증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두 기업의 올해 4분기 실적은 지난 3분기보다 더 어두울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생활건강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8.3% 감소한 1조6589억원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71.1% 줄어든 373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3분기 매출(1조7462억원)과 영업이익(1285억원)에 비해서도 큰 폭 줄어든 수치다. 아모레퍼시픽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1조2239억원이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6.1% 줄어든 424억원으로 추정된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국내 생활소비재 지출이 축소되겠다”며 “고금리 영향으로 소비 지출 여력이 감소하고 소비 밀접 도소매향 지출 비중 또한 축소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내수 성장이 부진한 반면 내년 화장품 수출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지난 24일 ‘2024년 수출 전망 및 지역별 시장 여건' 보고서에서 화장품 등 품목 수출을 '대폭 증가'(10% 이상 증가)로 분류했다.
한류와 K-콘텐츠가 확산과 동시에 올해 부진했던 중국과 아세안 수출이 긍정적인 흐름으로 돌아서면서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게 코트라 분석이다. 또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ODM·OEM(제조업자개발생산·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의 중국 내 비중도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도 내년 화장품 수출이 지난해보다 7.0% 증가한 85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온라인 플랫폼(이커머스)를 통해 중국 외 지역으로 판매가 늘어나며 중국 의존도가 상당부분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수출 개선은 중소 브랜드에 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토니모리와 미샤, 에뛰드 등 중저가 화장품 기업들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3배 증가했다. 반면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대형 화장품 기업들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
소비 저성장 장기화는 저가 소비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양상은 소비재 중에서도 유행이 빠르고 트렌드에 민감한 화장품 산업에서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중소형 브랜드들의 이커머스에 최적화된 가성비 화장품이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소구되며 국내 화장품 산업 규모는 레벨업했다"며 "중국 비중이 높고 럭셔리 포지셔닝된 업체들은 시장에서 소외됐으나 중소형 브랜드사 및 ODM 주가는 상승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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