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상생금융 윤곽..“횡재세 수준으로 ‘최대한·직접적·체감’할 수 있게”

금융당국-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상생금융 규모 공감대 형성”
금융위원장 “최대한 범위에서 이자 부담 직접 체감할 수 있어야”
횡재세 수준 가이드라인도..5대 은행별 2000억원씩 총 2조원 규모
이자 캐시백 형태 유력..“연내 세부적인 규모 등 최종방안 발표”

윤성균 기자 승인 2023.11.21 09:57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고금리 영향으로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한 금융권의 상생금융 윤곽이 잡혔다.

금융당국은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금리부담을 ‘직접적’으로 낮춰주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으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규모면에서는 이른바 ‘횡재세’ 법안에 준하는 수준을 요구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진 8개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상생금융 방안 마련을 압박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개최한 금융위원장·금감원장-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차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금융지원대책방안 강구에 대해 당부하고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금융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라고 비판했고 이 금감원장도 “최근 국회에서 ‘횡재세’ 입법 논의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금융권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그간 금융권을 향해 사회환원을 압박해온 금융당국에서 기대하는 상생금융의 규모가 대략적으로나마 제시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금리부담의 일정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업계 스스로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신한금융·하나은행이 발표한 1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방안에 대해 “제 판단이 중요한 게 아니다. 국민 공감대를 만족하는 방안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말하며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신한금융은 ▲기존 상생금융 지원프로그램의 기한 연장 및 대상 확대를 위한 610억원 추가 지원 ▲소상공인·청년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440억원의 신규 지원 등 총 105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하나은행은 코로나19 원금·이자 상환 유예 고객, 제조업 자영업자 고객 등 11만명에게 전월 납부한 이자를 ‘캐시백’ 형태로 6개월 간 돌려주는 것을 골자로한 총 1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내놨다.

하지만 은행권이 고금리 여파로 별다른 혁신 노력 없이 역대급 순익을 거둔 상황을 고려하면 규모면에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은 상생금융 규모와 관련해 횡재세를 직접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정도의 수준이 아니면 안 된다”며 “금융지주들도 국회 내 횡재세 논의를 참고해 국민들이 어느 정도 바라고 있는지 감안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선 14일 더불어민주당은 횡재세 성격의 ‘상생금융 기여금’ 부과를 골자로하는 이른바 횡재세 법안을 발의했다.

금융회사가 지난 5년 동안의 평균 순이자수익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징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회계연도부터 이 법안을 적용할 경우 올해 상반기 이자 순수익을 고려할 때 은행권에서 약 1조9000억원의 기여금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5대 시중은행별로 초과이익을 추산하면 기여금 규모는 은행당 1500억~3500억원 수준이다.

만약 5대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이 자발적으로 2000억원 이상씩 총 2조원 안팎의 지원에 나서면 횡재세 도입에 준하는 상생금융안이 수립되게 된다.

지원 방식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이자 비용을 환급해주는 안이 유력하다. 금융지주는 은행연합회를 통해 추가 논의를 거쳐 세부적인 방안과 지원 규모 등 최종방안을 연내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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